결승전인데 관중 고작 1,000명 '썰렁'
타이머 고장 등 운영도 ‘낙제’
지난해 2만8천여명과 대조

무자년 한국축구의 '마지막 축제'인 FA컵은 선수단과 팬 모두 '피해자'였다.

프로와 아마간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결승전은 21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구단들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국축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FA컵은 결국 제주에서 열렸다. 따뜻한 날씨와 관중동원을 자신하며 제주 개최를 감행한 대한축구협회는 팬몰이에 실패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결승전이 열린 제주종합운동장은 '축제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썰렁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 궂은 날씨를 고려하더라도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손으로 세도 될 만큼 적었다.

협회 주관 경기는 보통 관중수가 공식 집계되지만 무료 입장이라는 이유로 준결승 과 결승전 관중수는 기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1,000명 안팎의 관중이 들어와 FA컵의 제주 개최 명분이 무색해졌다.

협회 관계자들은 제주의 높은 축구 열기를 고려해 관중 1만5,000명을 자신했다. 개최지 제주도 FA컵 홍보에 동참하며 구름관중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동원관중도 없었고, 현수막과 광고 등 기본적인 홍보만으로 접근해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FA컵 4강에 참여했던 구단도 피해자였다. 선수들은 일반 경기보다 못한 여건에서 경기를 펼쳐 흥이 날리 없었다. 팬도 적고 경기장은 어두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명탑이 설치되지 않아 흐릿한 시야 속에서 경기를 펼쳤다. 전광판에 설치된 타이머도 작동하지 않아 시간 계산에도 애를 먹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구단들은 손해를 입었다. 우승과 준우승 상금이 각각 2억과 1억원이지만 구단들은 대회를 위해 5박6일간 제주에 머물면서 항공료와 숙식 등으로 대략 7,000만원 이상 썼다.

포항과 경남의 축구팬은 최고의 피해자다. 이날 경남과 포항의 원정서포터스는 각각 40명 정도.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 열렸다면 보다 많은 팬들이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렸을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결승전이 동네 축구보다 못하다"며 성토했다. 지난해 전남과 포항의 FA컵 결승전 1, 2차전은 합계 2만8,273명이 모여 흥행에 성공한 것과 대조되는 올해였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