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감독으로 첫 K-리그·FA컵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재도전" 욕심도

프로축구 K-리그 최초의 브라질 출신 사령탑인 세르지오 파리아스(41)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썼다.

1992년 이후 15년 만인 지난해 포항을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파리아스 감독이 올해 FA컵까지 우승까지 차지했다.

외국인 사령탑이 K-리그와 FA컵 우승컵을 모두 들어 올린 것은 파리아스 감독이 처음이다. 최순호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5년부터 포항을 이끈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해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뒤 포스트 시즌에서 강호들을 줄줄이 무너뜨리고 K-리그 챔피언이 됐다.

이전까지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외국인 감독은 1991년 대우를 이끈 베르탈란 비츠케이(헝가리)가 유일했다. 이방인 지도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K-리그였지만 파리아스의 마법 앞에 16년 만에 닫힌 문을 열었다.

파리아스 감독은 지난해 K-리그와 FA컵 동시 제패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국 FA컵 한풀이는 1년 만에 했다.

포항은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린 경남FC의 돌풍을 잠재우고 1996년 원년 대회 이후 12년 만에 FA컵 정상을 되찾았다. 한국축구 FA컵 우승을 차지한 외국인 감독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안 포터필드 전 부산 아이파크 감독에 이어 파리아스가 두 번째다.

하지만 K-리그와 FA컵을 모두 우승한 외국인 감독은 파리아스 뿐이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은 파리아스 감독은 20대 초반부터 지도자의 길을걸었다.

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감독도 지냈고 2004년에는 '브라질 최우수 지도자 4인' 가운데 하나로 뽑혔을 만큼 능력 있는 지도자다.

물론 포항이 서른 여덟의 나이에 이름도 생소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자 구단안팎에서 반신반의하는 눈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아스의 마법은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던 포항을 명가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K-리그 데뷔 3년째인 지난해 K-리그 우승에 이어 올해 FA컵까지 제패하며 2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게 됐다.

파리아스 감독은

"올해 K-리그에서는 우승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시 우승컵 하나를 들어올려 기쁘다. 포항은 우승을 못하고 한 해를 보내면 안 되는 팀이다.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사람은 꿈과 희망, 목표가 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있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조별리그 통과조차 못한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파리아스 감독은 "챔피언스리그에 다시 나가고 싶었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가 따라야하는데 경제 위기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된다. 하지만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좀 더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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