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태극유니폼을 놓고 한 바탕 '전쟁(錢爭)'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이사회에서 유니폼 스폰서 계약 문제를 논의했다.

2003년부터 5년 간 현물을 포함해 380억원을 지원해온 나이키와 계약이 올해 연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일단 4년 간 계약을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게다가 반드시 현찰을 일정액 이상 받아야 한다는 '마지노선'도 정했다.

축구협회는 30일까지 나이키와 배타적 협상기간이 설정돼 있다. 이 기간에는 다른 업체가 원천적으로 끼어들 수 없다.

협회는 그러나 이 시한을 넘겨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른 업체에도 최소한 경쟁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명분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렇지만 나이키는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어 여전히 유리하다. 아디다스가 글로벌 본사 차원의 '실탄 지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축구협회를 공략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나이키 협상 유리..아디다스 제시액 궁금 = 나이키는 1996년부터 축구대표팀을 후원해왔다.

모든 스포츠 중에서 브랜드 노출 효과가 가장 좋은 경기가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이고 그것도 월드컵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번에 새로 계약을 하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는 공식 후원사가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6회 연속 본선 진출국이자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한국대표팀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10월1일부터는 아디다스 등 다른 업체도 축구협회와 접촉할 수 있다.

대신 나이키가 유리한 건 우선협상권이다. 다른 업체가 써낸 금액을 나이키가 볼 수 있고 그보다 10원이라도 더 많은 액수를 제시하면 자동적으로 계약에 성공한다.

아디다스 입장에선 나이키가 엄두도 낼 수 없는 '초강수'를 둬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아디다스는 후원국가들끼리의 A매치를 비롯한 이벤트 공세도 준비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간접적인 통로로 나이키보다 상당히 많은 액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본사에서 관심이 많고 한국 축구대표팀을 꼭 잡겠다는 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블랙아웃'이라는 제3의 무기도 갖고 있다.

블랙아웃은 대표 선수들이 공식 후원 브랜드와 다른 업체의 축구화를 신고 뛸 때 검은 펜으로 마크를 지우는 것을 말한다. 통상 축구화는 계약에 포함시키지 않는게 관례지만 한국 대표 선수들은 지난 5년 간 100차례 넘게 다른 업체의 축구화를 신었다.

이를 배상액수로 환산하면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가 반드시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아닌 셈이다.

나이키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도 사실상 '종신계약'에 가까운 12년 짜리 스폰서 계약을 했다.

푸마도 변수다. 푸마는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국 32개팀 중 가장 많은 12개국을 후원했다.

나이키(8개국), 아디다스(6개국)보다 많았다. 아프리카에서 아성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에 있는 푸마 본사는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수면 위로 공세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

◇일본.독일에서 먼저 불붙은 전쟁 = 브랜드 전쟁은 일본과 독일에서 먼저 시작됐다.

아디다스를 입는 일본은 올 상반기 8년 간 150억엔(1천192억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계약을 갱신했다. 연간 100억원이 훨씬 넘는 매머드 계약이다.

나이키가 경쟁에 뛰어든 탓에 '파이'가 커졌다는 후문이다.

나이키는 아디다스의 고향인 독일에 '도발'을 감행한 적이 있다.

독일축구연맹(DFB)에 8년 간 5억유로(6천481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제안서를 냈다. 독일은 50년이나 후원해온 아디다스를 배반하지 않았지만 나이키의 공세는 '사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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