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내부 '전술·지도력 부족' 비판… 올림픽호 감독? 우려 목소리도

"최종 결과를 보고 논의할 문제다"

대한축구협회가 기사회생한 핌 베어벡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영무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가까스로 2007 아시안컵축구 8강에 진출하면서 경질론이 대두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는 원칙론을 반복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지켜본 위원장은 19일 "사령탑 문제는 대회를 마친 뒤 얘기해야 할 사항이다. 결과를 보고 논해야 한다. 지금은 남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독의 경질 여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기술위원들과 심사숙고를 한 뒤 전체 기술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바레인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뒤 이회택 축구협회 부회장이 "지금 감독을 흔들면 안된다. 대회를 마치고 얘기해도 늦지 않다.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도 상대 팀들에게 밀렸지만 끝나고 나서 정리할 문제"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대응이다.

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컵 1차 목표인 8강 진출에 실패했을 경우 베어벡 감독의 사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뻔 했지만 일단 8강에 오른 만큼 `최소한 며칠'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베어벡 감독 스스로 4강 진출을 자진 사퇴의 `마지노선'으로 확실히 그었던 만큼 축구협회로서는 앞장서서 감독 경질의 분위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더구나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호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을 교체할 경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베어벡 감독의 전술과 지도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 기술위원회도 더 이상 감독을 감싸 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감독 퇴진 여부는 기술위원회가 논의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도자에게는 카리스마가 필수적이다. 또 베어벡 감독은 순발력이란 면에서 떨어진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베어벡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4강 생명선'을 넘어 결승까지 진출해 자신을 향하고 있는 비판의 창을 피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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