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네시아의 2007 아시안컵축구 본선조별리그 D조 3차전이 열린 1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 같은 시각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는 D조 선두 사우디 아라비아가 바레인과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1무1패였던 한국은 1승1패의 인도네시아를 아무리 큰 점수차로 누르더라도 사우디-바레인전이 무승부로 끝나면 8강 진출은 물거품이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사우디는 1승2무로 조 1위가 되고, 바레인은 1승1무1패로 한국과 동률이 되지만상대 전적에서 앞서 조 2위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기 초반 핌 베어벡 감독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만큼이나 쉽게 실마리를찾지 못하고 있을 때 팔렘방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사우디가 전반 18분 아메드 알 무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태극전사들이 나설 때였다. 결국 전반 33분 김정우의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양 쪽의 경기가 이대로만 끝나면 한국은 조 2위로 8강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래도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바레인의 만회골이 터지기라도 하면 한국의 꿈은 그냥 깨진다.

하지만 사우디가 계속 한국에 힘을 실어줬다. 전반 45분 알 카타니가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수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반면 사우디는 한국을 응원이라도 하듯 두 골을 추가하며 바레인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그렇지만 자카르타에서는 아직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계속됐다.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한국의 1-0 승리.

자력으로는 조별리그 통과가 불가능했던 베어벡호가 비록 조 2위지만 8강 티켓을 따냈다.

바레인과 2차전 패배로 '쇼크'를 안겨줬던 자카르타에서 간절히 원했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1993년 '도하의 기적'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가닥 희망'을 살린 극적인 8강 진출이었다.

한국축구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었지만 승점 경쟁에서 일본에 밀려 본선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같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이라크전 이 2-2로 끝나면서 기적처럼 본선 티켓을확보했다.

일본에 한 수 아래라던 이라크가 1-2로 끌려가다 후반 종료 직전 드라마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2000년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도 역시 1무1패 뒤 마지막 상대로 인도네시아를 맞아 이동국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0으로 승리, 와일드카드로 8강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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