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앞두고 구단과 상의도 없이 "물러나겠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엔디 에글리 감독이 갑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구단과의 교감없이 국내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한 사퇴 표명이라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6개월 계약으로 부산의 지휘봉을 잡은 에글리 감독은 25일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국내 한 스포츠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의 이정석 사무국장은 “황당하다. 오늘 아침 7시30분 선수단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집결했을 때만 해도 에글리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글리 감독은 24일 아침 안병모 부산 단장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6명과 선수단 22명과 함께 미국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부산 관계자에 의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에글리 감독은 사퇴에 관한 어떤 조짐도 없었다. 선수단이 26일 새벽 3시(한국시간) LA에 도착하기 때문에 에글리 감독의 사퇴 여부는 이후 확인될 수 있다. 이 국장은 “현재 구단주와 사장에 보고는 들어갔지만 에글리 감독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프로구단 감독이 자신의 사퇴 의사를 국내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에글리 감독은 후반기 K리그를 위해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는 상황에서 상식에 어긋난 사임 의사를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에글리 감독은 지난해 7월부터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대신 갖가지 ‘기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반바지 차림으로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찾은 일이나, 구단에서 제공하는 승용차를 마다하고 부산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팬들에게 홈경기 홍보를 하는 등 돌출 행보로 ‘괴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에글리 감독은 올시즌 들어 용병 뽀뽀를 경남에 내주고 루시아노, 윌리암, 페르난도 등을 영입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그의 선수 운용 방식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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