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성의없이 달랑 쓴 '진짜' 낙서만 일부 눈에 띄어

"최근 버스에 낙서하는 축구팬들이 확실히 줄었어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이 이동하는 곳에는 항상 '구름관중'이 함께 몰려다녔다. 그리고 태극전사들을 실어나르던 전용버스는 온통 극성 팬들이 적어놓은 응원문구와 선수들에 대한 '사랑고백(?)'이 담긴 낙서로 뒤덮여 닦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울산과 서귀포, 경주로 이동했던 대표팀버스에는 지우기가 무섭게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낙서들로 채워지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도색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대표팀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이어 핌 베어벡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후부터 대표팀 전용버스에 조그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온통 팬들의 낙서로 범벅이 됐던 버스에 여백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더불어 자신과 태극전사들의 이름을 함께 적고 앙증맞게 그려놓던 하트 모양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만 성의없이 달랑 쓴 '진짜' 낙서만 일부 눈에 띌 뿐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어린 응원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선수들의 손과 발이 돼 온 축구협회 운전기사 장승찬 씨는 "5년 전과 비교하면 대표팀 버스에 낙서하는 팬들이 확실히 줄었다"며 "대표팀에 대한 국내 축구팬의 사랑이 2002년 때보다 많이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귀띔했다.

그의 말처럼 23일 오후 선수들을 태우기 위해 제주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다가서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그는 이어 "배편을 통해 제주도로 내려온 버스는 올해 초 새로 도입한 것인 데 아직까지 새 차나 다름없을 정도로 깨끗하다"며 "예전에는 경기장 인근 도로에 차를세워 낙서하기 쉬웠는 데 최근에는 전용경기장이 지하주차장에 세우면서 버스에 접근이 힘들어 낙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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