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태극전사들이 말을 아낀 채 비장한 얼굴로 출국장을 빠져나갔지만 역시 그만은 달랐다.

41일 간의 긴 여정에서 3번째 기착지에 닻을 내린 3기(期) 아드보카트호에서 최고의 입담을 자랑하는 이천수(25.울산)는 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카트를 끌고 나오면서 쉴새없이 특유의 언변을 자랑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4경기 모두 이기고 싶다. 그런 와중에서도 특히 내가 잘해서 이름을 날리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감독님에게 '잘 보여서' 독일월드컵에 꼭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군더더기가 없고 맘속에 있는 그대로 내뱉는 화법은 계속됐다. 다소 과장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시원시원했다.

그는 "내 모든 걸 바치겠다"고 했다. 중동에서 '죽기 살기로 뛰겠다'고 한데 이어 2탄으로 나온 다짐의 말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단에 "고개 숙이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지난 1일 덴마크전에서 1-3으로 역전패한 뒤 동료들이 다소 의기소침해지자 "시간도, 기회도 여전히 많다"며 다독였다고 한다.

이천수는 "감독님이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란 말씀도 하셨다. 나도 골을 넣어 만족하는 면도 있지만 또 넣고 싶다"고 했다.

서로 터치라인에서 교체하는 포지션 라이벌 박주영(21.FC서울)이 "지금까지 훈련 내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주영과 이천수는 각각 2골과 1골 1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4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아드보카트호의 신흥 황태자'로 급부상한 백지훈(21.FC서울)은 어린 티를 벗지 못했지만 마냥 즐거워 보였다.

백지훈은 "감독님이 믿고 뛰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한 뒤 "그런데 감독님이 나만 보면 장난을 치려고 하신다. 예전에 상암 구장에서 경기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데 모두들 맥주 한잔씩 하고 있는데 나에게만 '넌 어리니까 마시지 마'라고 불호령(?)을 내리신 적도 있다"고 에피소드까지 소개했다.

백지훈은 다소 멋쩍은 듯 "그래도 칭찬받을 만큼 잘 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수문장 이운재(33.수원)는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2002년과 작년 초에 이어 3번째 이 곳 LA에 왔는데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2002년에는 비판도 많았지만 지금은 언론과 팬들도 과정의 한 부분으로 보고 관심깊게 지켜봐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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