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시작되면 성격과 행동도 변한다. 치매로 이어지는 뇌 병변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되는 만큼 성격 변화도 일찍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그러나 치매 증상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성격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장기간의 조사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 의대 노인의학 전문의 안토니오 테라치아노 박사는 성격 변화는 치매의 결과이지 치매의 임상전 신호(preclinical sign)는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 등이 23일 보도했다.

볼티모어 노화 종단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참가하고 있는 노인 2천46명(평균연령 63세)의 36년(1980~2016)에 걸친 장기간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테라치아노 박사는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평균 4차례에 걸쳐 NEO 성격검사(개정판)(Revised NEO Personality Inventory)를 시행해 신경성(neuroticism), 친화성(agreeableness), 외향성(extraversion), 성실성(conscientiousness), 개방성(openness) 등 5가지 성격적 특징을 평가하고 성격 변화가 치매와 연관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조사 기간에 이들 중 104명(5.1%)이 치매로 이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MCI), 194명(9.5%)이 알츠하이머 치매, 61명이 다른 형태의 치매 진단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분석 결과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정상인이나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격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연령, 성별, 인종, 교육수준 등 다른 교란요인들을 고려했지만, 이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시 말해 치매 환자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성격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테라치아노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5가지 성격 중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격인 신경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거나 성실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치매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실성과 외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반대로 치매 위험이 낮았다.

결국, 전체적인 분석 결과는 성격 변화가 아닌 신경성 같은 특징적 성격이 치매 위험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테라치아노 박사는 지적했다.

반면 외향성, 성실성 같은 다른 성격적 특징은 오히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결과는 시사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AMA) 학술지 '정신의학'(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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