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심우주 방사선이 우주인에 끼친 영향 최초 조사

달 탐사선 아폴로 14호를 타고 달 표면에 선 에드거 미첼 [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류의 달 탐사 계획으로 역사의 새 장을 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참가한 우주인 중 심우주(deep space)를 경험하고 돌아온 이들이 심혈관 계통의 질환으로 고통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우주 방사선이 우주인의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최초로 조사한 자료여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립대 인체 과학 학부장인 마이클 델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심혈관 질환과 심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우주인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이날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미국 언론이 발췌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연구팀은 달에 다녀온 우주인의 경우 우주선에 탑승하지 않은 우주인이나 우주로 나가지 않은 우주인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5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구 저궤도(LEO) 안에서만 활동한 우주인과 비교해도 달에 다녀온 우주인의 심장병 발병 우려는 4배 많았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1961∼1972년 아폴로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1968년과 1972년 사이 11차례 유인 우주선을 우주에 보냈고, 이 중 9번 지구궤도 바깥 심우주 탐사를 벌였다.

6번은 달에 도착해 탐사 활동에서 획기적인 결과물을 낳았다. 달 표면을 밟은 우주인은 닐 암스트롱, 에드윈 버즈 올드린을 포함해 12명이다.

아폴로 달 계획에 참가한 우주인은 지구 자기권을 벗어나 심우주로 간 유일한 부류다. 지구 자장이 지배하는 지구 자기권은 방사선을 내포한 은하 우주선(은하계를 날아다니는 고속입자)이나 태양 입자의 지구 진입을 막는 보호막 구실을 한다.

연구팀은 먼저 아폴로 달 탐사 계획에 따라 심우주에 다녀온 전체 우주인 24명 중 사망한 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올해 2월에 사망한 에드거 미첼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조사에 따르면, 사망한 우주인 7명 중 3명(43%)이 심혈관 질환으로 숨졌다. 2명(29%)은 암, 1명은 사고(14%)로 유명을 달리했다. 나머지 1명의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쥐를 아폴로 우주인이 겪은 것과 비슷한 방사선 환경에 두고 인간에겐 20년과 같은 시한인 6개월 후의 상태를 봤더니 실험 쥐들이 죽상 경화성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동맥 경화 현상을 겪고 있음을 발견했다.

델프 교수는 "쥐 실험 결과는 심우주 방사선이 혈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서 "우리는 그간 심우주 방사선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인체에 전반적으로 끼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류의 화성 탐사 계획과 맞물려 우주 방사선 노출에 따른 우주인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최근 심심치 않게 나오는 형국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플로리다 주립대 연구팀의 발표에 대해 "은하 우주선이 아폴로 우주인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결론 내릴 순 없다"면서 "표본의 수가 적고, 유전이나 식습관과 같은 우주인의 생활양식 요소 또한 계량화될 수 없으므로 연구 결과는 제한적"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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