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때마다 '짐짝처럼'… 급행열차 타면 지옥으로 급행하는 느낌

서울시, 연말 증편 계획… "일부 증편으론 한계, 지옥철은 계속된다"

27일 오전 8시께 지하철 9호선 염창역의 모습
'헬조선'이라 불리는 시대에 사는 것도 힘든데 아침 출근길마다 생지옥을 경험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염창역 등 강서에서 여의도·동작·고속터미널역 등 직장으로 출근하는 '김대리들'이다.

27일 오전 7시30분 김대리는 오늘도 여의도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강서구의 집을 나와 염창역에도착했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머리도 깔끔히 정리한 채 집을 나섰지만, 염창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생존을 위한 전사가 된다.

승강장에 들어서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섰다. 이번 열차를 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2번째 전동차가 들어왔지만,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전동차 안의 사람들은 '제발 여기에 더 타지 마라'하는 눈빛을 보내는 듯하다.

문이 열리자 김대리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원망의 눈초리'를 외면하고 어깨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전동차 안에서 '어어'라는 짧은 탄식이 들리지만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는지 짜증이나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전동차 오른쪽 문에서 더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던 곳에 겨우 공간을 만들어 탑승한 김대리지만 정거장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점점 지하철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어느새 정장을 입은 등에는 땀이 흐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정거장에 전동차가 서면 김대리는 자신이 받았던 강한 눈빛을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쏘아 보냈다.

전동차가 여의도에 도착하자 김대리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 간신히 내릴 수 있었다.

겨우 지옥을 벗어난 김대리를 부러움의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 있다. 여의도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고속터미널역으로 출근해야 하는 또 다른 김대리다.

염창역에서 여의도까지의 일반열차가 '그냥 커피'라면 여의도에서 강남 인근으로 가는 급행열차는 '엄청난 커피'라 할 수 있다.

김대리는 아침 출근길마다 급행열차를 타면 지옥으로 급행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오전 8시 10분 여의도역에 도착한 전동차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지만, 열차 안에는 어찌 된 게 공간이 없다.

김대리는 뒤에서 미는 힘에 저절로 전동차 안에 들어왔다. 지하철에 탔다기보다 지하철에 짐짝처럼 실린 기분이다.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에서 '카톡'이 울렸지만 볼 수가 없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스마트폰을 꺼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대리는 고속버스터미널역까지 차렷 자세로 가야 했다.

손잡이는 잡을 필요가 없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옆 사람에 의지해 몸을 맡기면 된다. 모두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집단의 힘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9호선이 개통하고 지난해 2차 구간까지 연장된 뒤 지옥철은 9호선의 일상이 됐다.

이런 김 대리들에게 그나마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9호선이 증차돼 현재 36편성 144량에서 연말이면 44편성 176량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9호선 염창→당산 구간 급행열차의 오전 7시 30분∼8시 30분 시간대 혼잡도는 234%였다. 열차 증차로 이 혼잡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많은 김대리들은 약간의 증차가 지옥철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리들은 내일도 회사라는 전쟁터에 가기 전 지옥철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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