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융통성 없는 낙태금지법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여성이 의료당국으로부터 낙태를 허가받지 못하고 태아 보호 차원에서 조기 제왕절개 수술로 미숙아를 강제 출산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을 불렀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외국인 이주여성은 아일랜드 입국 전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며 중절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당국에 신청했지만 이를 끝내 거부당했다.

이 여성은 이에 항의해 단식투쟁을 벌였지만, 당국은 법원 제소를 통해 이 여성에 대한 영양제 주입과 태아 보호를 위한 조기 제왕절개 수술 집행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임신 25주 만에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가 태어났고, 이 아이는 산모의 품을 떠나 보호기관으로 넘겨졌다.

아일랜드에서는 낙태금지법 때문에 임신중절 수술을 외국에서 받는 일이 일반화돼 있지만, 이 여성은 비자문제로 외국 여행이 불가능한 신분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낙태금지법 폐지론자를 비롯한 인권운동 단체들은 의료당국의 조치는 여성 인권을 짓밟은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불우 여성을 위한 낙태지원 사업을 펼치는 여성단체 ASN의 마라 클라크 설립자는 "융통성 없는 아일랜드의 낙태금지법은 여성의 권익을 외면하고 있다"며 낙태 권리 확대를 촉구했다.

아일랜드에서는 2012년 중절수술을 허가받지 못한 임신부가 출산 중 사망한 일을 계기로 올해부터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는 심사를 거쳐 예외적인 중절수술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합법적인 낙태를 받는 것은 여전히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이나 까다로워 많은 여성이 낙태를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외국 원정길에 오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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