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는 물론 20대 여대생 손님도
상상 넘는 진풍경 예사 '퇴폐의 극치'
2차 요구할땐 화대 50만원 이상
법 기준 모호해 단속·처벌 어려움

바야흐로 남녀 평등 시대다. '아녀자가 어딜!'이라는 남성들의 엄포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남녀 성 역할 차이가 좁혀지면서 남자가 하는 것은 여자도 다 하는 세상이다. 특히 그간 '밤의 세계'에서 '객체'로 여겨지던 여성이 '주체'로 변신하는 곳이 있다. '호스트바'가 바로 그곳.

국내에서 호스트바는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업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따금 일부 언론을 통해 내부의 풍경들을 비춰지긴 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에 머물 뿐이었다. 대체 호스트바 내부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12일 새벽 3시 30분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김민호(23·가명)씨가 약속장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날렵한 턱선, 이른바 호남형 외모인 김씨는 호스트바에서 1년 4개월간 몸을 담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호스트바가 여성들의 유흥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오래전 일. 하지만 지금껏 이곳은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나 부유한 30~40대 여성 등 주로 특수계층이 음성적으로 출입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일반 직장여성들뿐 아니라 20대 초반의 여대생까지 출입계층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김씨가 밝힌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님은 단연 안마시술소 여성이다. 안마시술소 여성들은 일당으로 받은 현금이 많아 호스트바에서 돈을 뿌리다시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여성은 룸살롱 접대부다. 이들은 안마시술소 여성과 마찬가지로 팁이 후하다는 이유로 선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단점은 안마여성들보다 '진상'이 많다는 것. 김씨는 "룸살롱에서 남성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되갚아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정주부들이 팁 가장 인색

그는 "가정주부는 매너가 좋아 상대하긴 편하지만 팁이 짜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아 선수들이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 많은 '사모님'일 경우 사정은 다르다. 또 갓 시골에서 상경한 듯 전혀 꾸밈없는 손님도 꺼린다. 김씨는 "우리 선수들도 남자인지라 여자들이 좀 별로다 싶으면 서비스에 대한 열정이 반감된다"고 전했다.

호스트바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던 중 "선수로 오래 일했으니 여자친구가 많겠다"며 농을 건네자 그의 얼굴이 굳는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여자 만나기가 무섭다"였다. 그에 따르면 한 번 호스트바에 발을 담그면 제대로 된 연애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호스트바 출신들은 대부분 여성 공포증을 호소할 정도라고 한다. 대체 호스트바 내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선수들은 여성들을 이토록 두려워할까. 김씨가 "'남자들이 룸살롱에서 노는 정도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운을 뗀 후 털어놓은 얘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플레이'의 시작은 여성 고객들이 호스트를 선택하는 '초이스'다. 남성 룸살롱과 같은 점은 여기까지가 전부다. 일단 초이스가 끝나면 분위기를 녹이고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초게임'이 시작된다. 이른바 '얼음게임'으로 불리는 이 '놀이'는 손님과 파트너가 한 개의 얼음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입에서 입으로 키스를 하며 주고받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재미는 반드시 자신의 파트너와만 해야 한다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에게 게임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일부 손님들은 이때를 이용, 마음에 드는 다른 파트너와 진한 스킨십을 나누기도 한다고. 이후 분위기가 고조되면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진풍경'이 펼쳐진다.

선수의 몸에 술을 뿌린 후 핥아먹는 것은 얌전한 수준. 호스트바에서 인기를 끄는 놀이는 바로 '왕게임'이다.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를 사람 수 만큼 준비한 뒤 그 중 한 개에 특정 표시를 해둔다. 그리고 사람들이 돌아가며 하나씩 뽑아 표시된 것을 가진 사람은 '왕'이 된다. '왕위에 오른' 이는 손님이나 아가씨 중의 누군가를 지목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생긴다.

벌칙의 수위는 무제한, 종류는 셀 수 없다. 남녀가 뒤엉켜 야릇한 체위를 연출하는 것은 기본. 심지어 파트너와 팬티를 바꿔 입는 벌칙도 있다. 일명 '369게임'은 또한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 중 하나다. 벌칙은 옷을 하나씩 벗는 것. 멤버들 전원이 알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씨는 "서로 나체가 되면 더 이상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선을 넘는 행위들도 일어난다"고 전했다. 모두가 알몸이 된 후 고객들은 좀 더 강력한 벌칙을 선호한다. 심지어 선수들의 성기를 억지로 발기 시킨 후 그곳에 얼음통을 걸어보라는 짓궂은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만약 얼음통이 제대로 걸려있지 않으면 '힘이 약하다'는 등 온갖 구박을 준다"며 "호스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입을 다물지 못하자 그는 "이 정도가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 여성 고객은 '선수'들에게 '자위행위쇼'를 시키기도 했다고. 어느 날 자신과 동료들이 '초이스'되어 기분 좋게 룸에 들어갔더니 손님들이 모두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그 후 테이블 위에 현금 30만원을 길게 늘어놓은 뒤 '자위를 해서 사정한 길이만큼 돈을 가져가라'는 엉뚱한 제의를 했다는 것. 돈에 상관없이 그런 짓은 하기 싫었던 그였지만 일단 손님이 원하는 것이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랐다고 한다. 이 상황에 대해 김씨는 "술도 먹지 않고 깔깔대는 여자들 앞에서 자위를 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치욕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질펀한 유흥에 끝자락에는 성매매가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파트너가 마음에 든 고객은 '2차'를 요구하는데 화대는 보통 50만원이 넘는다. 더러는 전용 파트너로 지정돼 자가용이나 오피스텔을 선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와핑 요구하는 손님까지

고객들의 2차 요구 중 호스트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것 중 하나는 '스와핑'이다. 남자친구, 혹은 애인과 함께 호스트바를 찾은 여성들이 초이스된 호스트에게 '오늘 밤 셋이서 같이 자자'는 제의를 해온다는 것. 대부분 고객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노골적인 요구를 계속할 땐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처럼 호스트바 내부에서는 사회통념에서 크게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 식품위생법은 유흥접객원을 '부녀자'로 규정해 놓아 호스트바를 단속할 근거가 없었다. 호스트는 접대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호스트바로 바꿔 남성접대부를 고용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셈이었다. 2008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됨에 따라 일반음식점이나 단란주점에서 접객행위를 하면 남자 접대부도 처벌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호스트바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경찰 측은 "시간당 팁을 받고 일하는 호스트들도 있고 외부에서 여자손님을 데려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술값의 일부를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 걸로 보인다"며 "어디까지 처벌해야 할지 확실한 기준이 모호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찰 측은 "호스트바 자체가 교묘하게 영업 중인 데다가 성매매나 음란행위 등은 아주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신고나 첩보 없이는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단속 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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