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신림동 고시촌 유흥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각종 고시 학원과 고시원이 밀집해 있어 '고시의 메카'로 여겨져 온 이곳이 퇴폐ㆍ향락업소들에 잠식당하고 있다. 과거 고시생들을 겨냥한 업소로는 기껏해야 만화방ㆍ당구장ㆍPC방ㆍ노래방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섹시바ㆍ토킹바ㆍ키스방ㆍ스포츠마사지업소 등 음란퇴폐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고시촌의 대명사로 불려온 신림동이 '유흥의 메카'로 변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았다.

신림9동의 고시촌을 찾은 것은 지난 20일. 고시원과 독서실이 밀집된 골목에 들어서자 'XX섹시바' 'XX토킹바' 'XX남성 전용 마사지' 'XX남성 스트레스 클리닉' 등 유혹적인 간판이 줄지어 있었다. 때는 오후 2시 경. 벌건 대낮에도 불구하고 업소 간판은 화려하게 빛났다.

섹시바·키스방·마사지 등 퇴폐업소 우후죽순
"스트레스 해소 딱"vs" 빠지면 헤어나지 못해"
방값 싸지만 공부환경 나빠져 타지 옮기기도


두 시간 가량 업소 입구를 지켜보니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 업소 출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남성들은 망설임없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신림동의 유사성매매 업소들이 대낮에도 활발히 영업 중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더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간판에 적힌 마사지업소로 전화를 걸었다. 업소 측은 "밤에는 붐비니까 지금 오면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통화를 끝내는데 마침 한 남성이 마사지 업소의 문을 열고 나왔다. 남성은 상당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필자는 얼른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고시생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신림동 고시촌의 유흥적 분위기에 대해 묻자 남성의 대답은 의외로 쿨 했다. 한 마리로 "나쁘지 않다"는 것. 2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 남성은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에만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별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그런 반면 못마땅해 하는 고시생도 많았다. 고시생 박모(31)씨는 "4년째 신림동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각종 바와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가 너무 많이 늘었다. 특히 요즘 보면 청량리나 미아리 등 노골적인 유흥가보다 더 퇴폐적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옮길 생각은 안해 봤느냐고 묻자, "솔직히 여유가 있으면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렇지만 방값이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싸 그대로 있다."라고 답했다. 박 씨는 보증금 없는 고시원에서 월 20만원짜리 방에 살고 있다.

지난해 관악구 조사 결과, 신림동 일대 고시학원 수는 37곳, 고시원 240개, 서점 50여개이며 고시생들의 수는 약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신림동 중에서도 고시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은 신림2동과 신림9동이다.

예전에는 하숙, 자취도 많았지만 고도로 개인화된 사회를 반영하듯, 요즘은 대부분 원룸을 선호하는 추세다. 원룸 가격은 보통 보증금 100만~500만원에 월 35만~45만원 수준. 그러나 싼 방세에도 불구하고 고시생들은 하나 둘 신림동을 떠나고 있다. 이유는 신림동이 고시촌 본래의 모습을 잃고 유흥가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

8년째 사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는 김모(33)씨는 "5년 전 전역하고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성매매업소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빠져 시험 자체를 포기하는 고시생을 더러 봤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학시절 시를 부전공했다는 김 씨는 신림동 일대 성매매업소를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비유하기도 했다.

K대 법학부에 재학 중인 이모(25)군은 강북이 집이지만 학원을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림동에서 원룸을 얻어 공부하고 있는 케이스다. 그런데 요즘 적지 않게 고민이다. 이유를 묻자 이군은 "신림동이 많이 변했다. 외로운 고시생을 유혹하는 시설들이 너무 많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이 군은 분위기에 이끌려 '토킹바'를 찾았다가 단단히 홍역을 치렀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딱 한번 간 것이 자꾸 가게 되더라는 것. 이후 이군은 모진 결심을 하고 발길을 끊었는데 밤이면 유혹적인 간판을 애써 피해 다닌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신림동 고시촌의 이 같은 변화 속에 여성들의 고시 합격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퇴폐적 환경에 유혹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신림동에서 공부하는 여성 고시생들은 고시원 대신 두 세 명씩 모여서 큰 원룸이나 투 룸을 이용한다. 따라서 고시 합격 여부를 환경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림9동에 편의시설 집중…부유한 고시생 몰려
신림동 유흥가에서 만난 한 고시생은 "퇴폐업소 이용자들은 대부분 '럭셔리' 고시생이고 배고픈 고시생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서울에 강남과 강북이 있듯이 신림동에도 강남과 강북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도림천을 기준으로 신림2동은 강북, 신림9동이 강남이다.

이유는 신림9동에 각종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럭셔리'로 분류되는 고시생들은 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70만원 하는 고급 원룸에 거주한다. 아예 고시촌 인근의 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고시생도 있다.

반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고시생은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을 선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럭셔리' 수험생들에겐 신림동 고시촌이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는 공간이지만,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최근 성행하는 퇴폐업소들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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