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대학가 '나이트클럽 경품녀' 급증]
양주 상품권부터 현금100만원까지 각양각색 경품유혹
성형비용 등 용돈 마련 위해 섹시댄스 경연대회 참가
반나체로 춤추는 사진·동영상 유포 등 사회문제 부각
하지만 이 같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각종 경품을 건 퇴폐적 행사 개최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이들 행사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나이트클럽 경품 이벤트를 노리는 청년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수원에 사는 여대생 A양은 스스로 '나이트 죽순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A양은 술은 한 잔도 못하고 부킹도 크게 즐기지 않지만 매일 밤 나이트클럽을 순회한다. 목적은 나이트클럽에서 내건 '경품'.
A양은 지난달에도 유명 명품브랜드 가방을 경품으로 거머쥐었다. A양에게 경품 사냥은 더없이 매력적인 알바다. 이를 위해 수원은 물론 서울지역의 물 좋다는 나이트클럽까지 원정을 다닌다.
A양은 "춤추고 노는 걸 싫어하지 않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용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고 설명한다. 물론 그녀는 '나이트 죽순'이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 됐지만 경기불황이 심해지면서 돌연 입사가 취소된 것.
A양은 결국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며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면접을 대비해 약점인 코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문제는 수술 비용. 부모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대신 나이트클럽 경품 행사에 도전해 비용을 조달키로 했는데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그런데 성공의 이면에는 그녀만의 비법이 있다. "다 노하우가 있다. 한 군데서 너무 오래 시간 끌기, 너무 많은 사람과 접촉 안하기. 솔직히 1백만 원이 왔다갔다 하는데 술 마실 정신이 어디 있나. 경품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A양도 요즘 고민이 생겼다. 유흥가 이벤트를 위주로 용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이다. 최근 이처럼 나이트클럽 경품 이벤트를 노리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는 데에는 경기불황으로 매상에 직격탄을 맞은 유흥가의 마케팅 전략과 상응한다.
지방의 한 나이트클럽이 돌린 전단지에는 요일별로 이벤트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넌센스퀴즈, OX게임, 팔씨름대회, 노래자랑, 섹시댄스경연대회, 풍선 터뜨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경품으로는 10만원 상당의 양주상품권부터 현금 100만원까지 가격대별로 제시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본 입장료가 제외되는가 하면, 기본세트 무료 행사도 대부분의 나이트클럽에서 시행되고 있다. 오래 전에 성행했던 나이트클럽 용 무대쇼는 사라진 지 오래다. 캬바레 등 성인식 주점에서도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품행사가 늘고 있는 반면, 각종 무대용 쇼는 규모나 횟수를 줄이는 추세다.
수도권 지역의 한 캬바레 웨이터 B는 "룸살롱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쇼를 볼 수 있어 캬바레를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업소측도 출연료가 많이 드는 화려한 볼거리보다 손님들이 직접 참여하는 쇼에 투자를 하는 것이 남는 장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B가 일하는 캬바레에는 전설적인 '경품 퀸' 주부가 있다. 섹시댄스 경연대회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이 경품여왕을 보려고 남자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무대가 어찌나 화끈한지 어지간한 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옷을 벗은 상태에서도 교묘히 가릴 곳을 가리며 춤추는 모습에 다들 넋을 잃을 정도"라고. B는 "그녀가 지금까지 쓸어간 경품들을 모두 합치면 어지간한 신접 살림 정도는 차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주부나 학생을 막론하고 경품을 노린 이벤트가 유흥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다보니 이를 약점으로 잡은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섹시댄스경연대회에 단골로 참석한 여대생 C양은 반라의 상태로 춤추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인터넷 상에 퍼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자주 클럽에 나가니까 알만한 사람들은 나를 다 알고 있었다. 정말 끔찍하고,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A양은 이번 달로 예정된 졸업식에는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어둡고 밀폐된 나이트클럽이나 캬바레에서 소음이 심한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부분에 대해 행사를 주최하는 업소나 참가자들이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