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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기계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고 싶다.'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공부벌레'들이 모두 모인 KAIST에서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는 공학도 황성재(27)는 늘 이런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

어떻게 하면 기계 냄새를 뺄까, 어떤 수단을 동원하면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그래서 광운대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을 졸업한 뒤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을 선택했고, 내년부터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 주 연구 분야가 인간과 사물의 소통에 관한 것이다.

디지털 인터렉션 디자인(DMD) 연구실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공부하고 있다. HCI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을 위한 새로운 인터페이스(Interface) 설계 및 사용성 평가(Usability Test), 시스템 설계 및 사용자 모델을 디자인하는 학문이다.

전산학, 인지과학, 인간 공학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 걸쳐있는 광범위하게 공부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문화기술학제(interdisciplinary) 전공도 함께 하고 있다. 전산학의 관점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의 대상이자 근원인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인터페이스란 무엇인가.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를 가상적이나 물리적인 매개체를 사용해 보다 쉽게, 편리하게 사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황성재는 인간 중심의 아나로그적인 인터페이스 개발에 관심을 많다. 보통 사람의 눈, 또래의 눈으로 보면 황성재는 분명 '괴짜'이자, '변종'이다. '꼴찌'에서 '최고'를 넘나들었을 뿐 아니라 이것저것 '발명 박사'다.

부산이 고향인 황성재는 광남초-대현중-양운고를 다니는 동안 춤추고, 노래하고, 게임하고, 공부는 나중에 하는 등 하고픈 일만 했다. 여느 아이들과 똑같은 사춘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분명 '남다른 아이'였다. 공부는 하지 않고, 놀러만 다닌 탓에 학교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성적은 바닥을 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32명 중 32등을 한 때도 있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 없어야 할 고교 2학년, 황성재는 친구랑 서울에 놀러 가고픈 마음에 노트 한 권을 '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 에 보냈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과학책을 보다가 떠오른 것들을 틈틈이 모아둔 '아이디어 북'이었다.

'혹시'하고 냈건만 '역시'로 돌아왔다. 장려상을 받았다. 서울 갈 기회를 잡았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내신은 가망이 없었으니까 수능에 매달려야 했지요. 선생님에게 말해서 야간자율학습을 빼는 대신 학원에 다녔어요.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그 때가 고 2였어요."

노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 수능점수는 총점이 170점대였다. 잠 줄이고,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죽기살기로 노력했더니 354점까지 수직 상승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주차장에 모여 브레이크 댄스를 추던 일, 개그맨이 되겠다고 친구와 함께 방송국에 찾아갔던 일, 연극부에서 창작극의 주연을 맡았던 일들이 모두 시나브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때마침 광운대에 '발명 특기자' 전형이 있었다. 컴퓨터로 뭔가 해보고 싶었던 황성재는 수능 50%, 수상 경력 50%를 반영하는 광운대에 응시해 당당하게 합격했다. '꼴찌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워낙 수학이 딸려 공대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1년간 휴학한 뒤 다시 공부했다.

"지금도 기초가 부족해 애 먹을 때가 많아요. 그럼 하는 수 없지요. 도서관이나 컴퓨터 안에서 관련 서적이나 정보를 찾아 다시 공부해요. 미적분도 대학에 와서 배웠어요. 대학입시도 마냥 놀기만 했던 중학교 공부부터 다시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신이 났다. 대학시절 별명이 '에이뿔(A+)'이었다. 어릴 때 습관이 살아났다. 이리저리 주무르고, 뚝딱뚝딱 두드리면, 요모조모 새로운 무엇이 만들어졌다. 너무 재미 있었다.

황성재는 '현대판 장영실'이다. 최근 '가상 손가락'을 특허 출원하는 등 23일 현재 발명특허가 모두 33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특허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발명이 멈출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 보드 게임을 만들어 수업 시간에 뒷자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나요. 한번은 점심시간에 무술영화를 만들겠다고 애들을 불러 모아 감독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빨간 물감을 특수효과라고 쓰다가 옷을 다 버려서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도 있어요. 어쨌든 뭔가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황성재는 광운대 3학년 때 퀄컴 공모전에 출품해 입상했다. 그 덕에 본사 견학의 기회를 얻어 다시한번 발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지금 인터넷에 황성재의 성적표가 나돌고 있다. '양'이나 '가'로 도배한 어릴 때 성적표였다.

"어느 날 중학교 동창부터 사촌동생, 여기 카이스트의 친구들까지 여러 명의 지인이 '인터넷에 성적표가 있다'며 알려줬어요. '혹시'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내 성적표였어요.

'사이 좋은 사이트'에 잠시 올렸던 자료들이 누군가에 의해 전파된 거죠.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아직 뭔가 이룬 것도 없는 탓에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삭제 요청도 여러 번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황성재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난 뒤 다시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는 학생들의 메일과 응원 메시지가 많이 늘었다. 황성재는 부산 출신이다. 야구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 수련했던 유도를 다시 하고 싶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처럼 짬이 나면 사직구장을 찾아가 고향 팀을 응원한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공학도 황성재는 광운대를 나왔다. "광운대는 서울대를 이길 수 없지만 광운대 학생은 서울대 학생을 이길 수 있다'고 했던 은사 천장호 교수의 말을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

황성재는 막무가내로 도전하고, 경쟁하고, 싸움하지 않는다. 또 다른 경쟁을 낳는 '넘버 1'보다 '단 하나(Only 1)'이 되길 바라고 있다.

홍성재는 다음달 3일 캐나다 빅토리아주에서 열리는 UIST 학술대회에 참가해 포스트세션으로 '인터페이스, 가상 손가락에 대한 연구물'을 발표한다. 그동안 10여차례 발표회를 가졌지만 또 다른 설렘과 함께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긴 밤을 지새며 만들어낸 '발명품'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황성재의 발명품들

특허 낸 '가상 손가락'상용화 단계… 활용 범위 무한정

마침내 '현대판 장영실' 황성재의 발명특허가 상품화 단계로 들어섰다.

지난 21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과정 입학 예정자인 황성재는 LG전자의 부름을 받았다. 이미 특허 출원을 한 '가상 손가락(Virtual Thumb)'에 관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자리였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 처음으로 낸 아이디어인지라 언젠가 꼭 상용화 하고픈 인터페이스 연구 실적이기 때문에 벅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황성재의 발명품 '가상 손가락'은 고가의 멀티터치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멀티 터치 기능의 주요 부분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인터페이스다.

기존 멀티터치 특허를 피해가면서도 줌인, 줌아웃 및 회전의 멀티터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UI 기술로서 코너에서의 핀치(Pinch) 제스쳐, 커다란 오브젝트의 조작, 한 손 상황에서의 줌 제스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두 손가락으로 생기는 폐색(Occlusion)을 줄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스크린에 한 손가락만 대면 가상의 손가락이 나타나 두 손으로 스크린을 작동하는 기능인 셈이다.

황성재는 '가상 손가락'이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극복하여 멀티터치 명령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의 현장 연구진들도 예리했다. 기술 이전 과정의 각가지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책상 앞의 발명가' 황성재도 한계를 인정하고, 함께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황성재는 인터렉션 특허를 활용하면 오브젝트의 줌 태스크나 회전 등이 한 손으로 가능해지며, 핀치 제스처 시 발생하는 폐색이 감소되며 작은 개체 문제, 코너 줌 문제, 비 연속적 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터치' 라는 신 입력수단은 전세계 전자업계의 이슈가 된지 오래다. 수많은 업체들이 멀티터치, 터치, UI 특허 등을 통해 소송에 휘말려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멀티터치 특허 문제는 '가상 손가락'과 같은 UI 신기술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

UI기술은 eBook, Touch TV, PMP, UMPC, 전자칠판, Mobile Phone, Notebook, mp3, GPS Navigation, 테이블탑 인터페이스 등 광범위한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황성재는 촉감 감지 기능이 더해진 '햅틱 스티어링 힐' 기술에 관한 특허도 갖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은 시각과 청각만으로 인지하는 수준이지만 황성재의 발명품은 핸들에다 촉각을 인지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최첨단 네이게이션'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로서 제안한 '햅틱 스티어링 힐'은 황성재의 석사 학위 논문으로 학문적인 연구와 자료 수집이 끝난 상태다.

사람과 식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정보를 쌍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식물 인터페이스(Plant Interface)', 모바일 기기 등에 활용되는 터치스크린에 있는 문자 입력기를 최소화한 KSPC(Keystrokes per character) 등이 황성재의 발명품이다.

황성재의 발명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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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인터페이스 장치가 부착된 화분.
  • '가상 손가락'을 이용한 터치 스크린 조작 장면. 왼쪽 하단에 그림자처 럼 가상 손가락이 나타나 있다.
  • 스티어링 휠에 적용한 햅틱 일루션. 조타 정보를 방향성 정보로 바꾸어 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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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9/09/26 06:33:09   수정시간 : 2013/04/25 13: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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