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주택 부족·국가 관리 현실에 불평

쿠바 수도 아바나에 사는 미르타(45)는 지난 1997년 남편과 18년 간의 결혼생활을 마감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침실 2개와 주방, 욕실이 각각 하나인 아파트에서 전 남편을 비롯해 18살과 20살인 두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미르타는 "전화기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하나만 있어 요금 문제로 다투거나 저녁시간에는 가스 레인지를 먼저 쓰려고 귀가를 서두르기도 한다"며 "전 남편은 다른 여성들과 사귀고 있지만 항상 같은 집으로 돌아온다"고 불평했다.

미르타의 사례처럼 쿠바의 많은 부부들은 이혼을 하더라도 심각한 주택 부족 현상으로 인해 몇 년, 또는 심한 경우 평생 이미 갈라선 배우자와 한 지붕 아래에 살아야 한다.

쿠바는 주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국가가 거의 모든 주택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껏 사고 팔 수도 없는 게 현실.

오래 전부터 전국적으로 약 50만채의 주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쿠바 정부는 주택 보급에 적극 나서면서 작년 한 해만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혁명으로 정군을 잡은 이래 최대 규모인 11만채를 지었다.

올해도 이와 유사한 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자재비 상승과 쿠바 동부지역을 휩쓴 홍수로 인해 차질을 빚어 주택 부족 현상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혼 가정의 증가도 주택 부족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

최신 자료인 2006년 통계만 하더라도 5만6천여쌍이 결혼하고 약 3만6천쌍이 이혼했다.

이처럼 심각한 주택난으로 인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아바나 대로에서는 대형-소형 주택교환 시도가 이어지면서 암시장까지 점점 확장되고 있다.

21년간의 결혼생활을 접고도 주택 문제로 1년 이상 전처와 함께 지낸 페드로 레라(60)는 "선진국에서는 이혼하면 한 쪽은 호텔로 가서 묵으며 새 집을 찾으려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커플처럼 계속 지내야만 한다"며 불편했던 동거 생활에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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