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할례 시술 관행에 '전쟁' 선포… 최고 율법학자 "이슬람에서 여성할례는 죄악"

이집트에서 할례 시술을 받은 여자 어린이가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자 당국이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강도높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집트에선 여성의 성(性)감각을 없애기 위해 음핵(클리토리스)을 제거하는 할례 시술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시골지역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일강 하류 지역인 가르비야 주에 살던 13세 소녀 카리마 마수드는 지난 10일 부모의 손에 이끌려 동네 병원으로 가 할례 시술을 받은 뒤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올 들어 이집트에서 할례 수술의 후유증으로 여자 어린이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2번째다.

지난 6월에는 남부 미냐 주에서 할례를 당한 12세 여자 어린이가 역시 마취제 쇼크로 숨졌다.

이집트 당국은 대대적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여성 할례가 근절되지 않자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집트에서 여성 할례 시술을 하다 적발되면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보건부 관계자는 "여성 할례 시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법규가 죄질에 비해 가볍게 돼 있다"며 형량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건부는 이미 지난 6월 치료 목적으로 의사가 권고할 경우 할례 시술을 허용한 법률 조항까지 폐기하고 여성 할례를 행하는 의사와 의료업자들을 단속했지만 할례를 받은 여자 어린이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는 이집트, 예멘, 오만 등

중동지역의 일부 아랍권 국가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성 할례가 이슬람 전통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여성 할례는 이슬람이 출현하기 전인 파라오 왕조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왔다고 말한다.

수니파 무슬림의 최고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 수장인 모하메드 사이드 탄타위는 "이슬람에서 할례는 남성에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이슬람은 여성의 신체에 해를 주는 할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 이집트 최고의 율법학자(그랜드 무프티)인 알리 고마는 지난달 여성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슬람에서 여성 할례는 죄악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퍼스트 레이디인 수전 무바라크 여사가 여성 할례 추방 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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