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장' 도박장으로 변질

골프스크린에 골프공이 "퍽"하고 부딪혔다. 이어 스크린 너머로 공이 날아가는 화면이 보이고 상황에 맞게 '파', '보기' 등 다양한 문구가 스크린 위로 떠올랐다. 함께 골프를 치던 동료들이 '나이스 샷'을 외치는 모습은 여느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스크린이 설치된 방 안에서 골프를 즐기던 3명의 일행은 한 홀이 끝나자 일제히 지갑을 꺼냈다. 내기골프를 치고 있었던 것. 이들은 몇 만 원씩 서로 셈을 치른 뒤 게임을 위해 다음 홀로 스크린을 진행시켰다.

부산의 번화가에 마련된 한 스크린 골프장에는 스크린이 설치된 방이 3개 정도 있다.

방 안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 거의 대부분은 내기골프를 친다는게 업주의 설명이다. 한 스크린 골프장 업주는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 내기를 하는데, 스크린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여할 바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내기 골프액수는 실제 골프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 타수 당 2-3천 원 정도 걸고 내기를 하지만 일부 '꾼'들은 한타에 10만 원까지 걸기도 한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골프장에서 18홀을 돌면서 내기골프를 한 뒤 '분을 풀기 위해' 스크린에서 2차전을 갖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 경우 한타 당 액수는 이전 게임보다 더 높아지는 것이 내기의 생리.

타당 10만 원을 걸 경우 18홀을 돌면 거의 수백만 원이 오가게 돼 유흥을 넘어선 도박에 가깝다. 골프장에서는 지점을 이동해가며 운동이라도 하지만 스크린의 경우는 화면이 이동하기 때문에 사행성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시간이나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골프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크린 골프장이나 스크린이 설치된 골프연습장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골프연습장 갯수가 172개에서 188개로 16개 증가했다. 하지만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해 26개였던 골프연습장이 올해들어 반 년도 안돼서 6개가 더 늘어나는 등 골프 연습장이 각 지역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연습타석이 없는 순수한 스크린 골프장의 경우는 구청에따라 체육시설로 신고를 하도록 하는 곳도 있고 자유업으로 신고를 받지 않는 곳도 있어 숫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도박성이 짙은 스크린 골프장이 골목마다 생겨나면서 "제 2의 바다이야기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조금씩 걷혀가는 마당에, 스크린 골프장이 도박장으로 변질되면서 또 다시 골프라는 스포츠에 부정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이 숫자가 늘어나면서 술을 마실수 있도록 바(bar)를 설치하거나 아예 카페나 룸사롱처럼 여성들이 술시중을 드는 등 다양한 형태의 변종도 나타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골프 대중화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것으로 기대를 모은 스크린 골프장이 도박장으로 변질되면서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불러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