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이 온순한 동남아 신붓감'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문구를 현수막 같은 옥외광고물에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이 대중교통수단 내부에 스티커 형태로 광고를 부착하기 시작해 행정기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부산시와 부산 버스조합 등에 따르면 최근 인권단체나 여성계로부터 "시내버스 안에 동남아 여성을 비하하는 결혼알선 광고가 버젓이 붙어있다"는 항의와 시정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부산 베트남 사랑모임'은 최근 "모 시내버스 하차문 위에 부착돼 있던 광고 스티커를 보고 베트남 여성들이 모멸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어린이 등 모든 이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외국인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시에 항의했다.

항의가 잇따르자 부산시는 해당 버스업체에 제거 명령을 내리는 한편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버스조합과 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키로 했지만 단속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버스 내부에 광고물을 붙일 때 버스조합의 심의를 거쳐 상식에 어긋나는 광고는 게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일부 결혼알선업체가 버스 승객인 척 승차해 광고를 몰래 붙여놓곤 한다"고 말했다.

버스조합 관계자도 "슬쩍 스티커를 붙이고 내리는 행위를 일일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버스 업체에 이러한 편법 광고물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산 외국인이주여성 지원단체인 '어울림'의 이인경 소장은 "사람을 물건처럼 광고하는 반인권적인 세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인종ㆍ성차별적인 광고를 옥외광고법이 아닌 좀더 강력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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