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막하는 독일 월드컵을 관람하는 축구팬들과 기업인들은 월드컵 경기장들의 이름이 천편일률적인 형태로 바뀐 것을 보고 식상해 할지도 모른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독일의 월드컵경기장들이 대회 개막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후원사의 광고물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된 각종 로고나 광고물을 제거하고 경기장 이름도 `중립적인 것'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12개 월드컵경기장 중에서 이미 7곳은 문패를 무미건조한 `FIFA WM 스타디움'으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15개 공식후원사들에 대해 `최적의 광고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약 이행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쾰른, 겔젠키르헨, 도르트문트경기장 등 7개소가 경기장 이름을 `FIFA WM 스타디움'으로 교체했다. 뮌헨과 함부르크경기장은 기중기까지 동원해 경기장 바깥에 내걸려 있었던 기존 후원사들인 알리안츠 생명과 AOL의 상호를 끌어내려야 했다.

이는 FIFA가 월드컵 기간에 한해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등 15개 공식후원사들에 대해 경기장의 이름을 중립적인 것으로 바꾸고 이들 기업의 제품 광고만을 독점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때문이다.

뉘른베르크 경기장을 비롯한 일부 경기장은 FIFA WM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여느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기존 후원사의 광고물을 제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뉘른베르크 경기장은 중립적 이름으로 프랑켄스타디움이란 옛 이름을 되살렸지만 월드컵기간을 제외하고 10년간을 후원키로 한 지역 금융기관 노리스방크의 신용카드인 이지크레딧 광고를 끌어내려야 했다.

15개 공식후원사들로부터 독점광고를 조건으로 엄청난 광고료를 챙긴 FIFA 측은 경기장 경내와 인접지역은 물론 경기장 접근로와 경기 개최 도시들에서 열리는 월드컵팬 축제에 대해서까지 까다로운 광고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식후원사 아니면 모든 광고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는 FIFA측과 개최 도시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BBC는 전했다.

이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일부 도시 당국은 경기장 주변 지역과 경기장 바깥의 팬들을 위해 설치된 경기 중계 전광판 광고 권리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FIFA의 마케팅담당 책임자인 그레고르 렌체는 "우리는 공식후원사들에 대해 독점광고권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도 "철저한 규제에 다수의 도시들이 `문화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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