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예고 걸스데이 "엄정화·박지윤 선배 잇는 파격 섹시 기대를"
레인보우 블랙·유닛은 한술 더 떠 멤버들 상반신 세미 누드 공개
여성 상품화 등 부작용도… 노출보다 확실한 콘셉트 있어야 성공

걸스데이 티저
2014년 컴백을 예고한 걸그룹들의 화두는 '섹시'다. 걸스데이는 "엄정화, 박지윤 선배 뒤를 잇겠다"며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달샤벳은 "여성스러운 성숙함을 기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레인보우 유닛 레인보우 블랙은 한술 더 떠 멤버들의 상반신 세미 누드를 공개했다. 비슷한 시기, 유사한 섹시 콘셉트 걸그룹이 쏟아지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걸그룹, 꼭 섹시해야 할까.

▲ 여자의 변신은 무죄?

섹시 콘셉트는 여자 가수들이 쓸 수 있는 '신의 한 수'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 육감적인 몸매와 안무를 선보이며 단숨에 인기몰이에 성공한 케이스가 적잖다. 대중의 말초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만큼 효과가 확실하다. 비, 동방신기 등 쟁쟁한 선배들을 밀어내고 음원차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걸스데이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우선 멤버들이 성인이어야 한다는 것. 미성년자인 멤버들에게 섹시 콘셉트를 덧씌웠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걸스데이의 경우 막내 혜리가 성인이 되자마자 성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씨스타는 막내 다솜을 제외한 효린과 보라로 구성된 유닛 씨스타19로 농익은 무대를 선보이며 '완전체' 씨스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걸그룹 멤버들이 성인이 된 후 섹시 콘셉트로 컴백하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일종의 반전 매력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담은 있지만 확실한 승부수다.

걸스데이 티저
▲ 얼마나 벗어야 뜨나?

섹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노출'이다. 때문에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많은 걸그룹들이 컴백 전 속살을 드러낸 티저 이미지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마케팅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섹시 프로젝트 그룹 트러블메이커(현아, 장현승)는 컴백 전 란제리만 입은 채 농염한 포즈를 취한 티저 이미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걸스데이 역시 전신 망사 수영복을 입은 멤버들을 등장시킨 티저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벗으면 벗을수록 파급효과는 크다.

파격적인 섹시 콘셉트를 내건 후 부랴부랴 의상과 안무를 수정하는 걸그룹이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선정성 논란을 통해 노이즈마케팅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대중의 반응을 통해 노출 수위를 조절하는 일종의 '꼼수'라는 것. 노출로 승부를 보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

최근에는 섹스 퍼포먼스가 주목받는 추세다. 지난해 컴백한 애프터스쿨은 '첫사랑' 무대에서 요염한 봉춤을 선보였다. 멤버 레이나와 리지가 연습 도중 추락해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들의 퍼포먼스는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걸스데이는 '기대해'에서 멜빵을 내리고 엉덩이를 흔드는 안무로 대세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컴백을 앞둔 레인보우 블랙은 도둑촬영 콘셉트 티저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다. 어떤 멤버인지, 얼굴도 과한 노출도 없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B.B.B'의 달샤벳 역시 노출보다는 격렬한 댄스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었다. 바닥에 엎드려 농염한 포즈를 취하거나 '쩍벌춤'을 추는 것은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걸스데이는 1월 가진 컴백 쇼케이스 말미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앞서 농염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인 후였기에 더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해 걸스데이 소속사 관계자는 " 결혼식 장면 연출은 신곡 '썸씽' 콘셉트의 완성이다. 여자의 사랑과 아픔, 질투, 갈등을 결혼이라는 결실로 해소시킨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달샤벳 수빈
▲ 부작용은 없나?

걸그룹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섹시 콘셉트를 선택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큐트'나 '청순'으로 데뷔해 '섹시'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필수코스처럼 받아들일 정도다. 이는 데뷔 3년차에서 5년차를 맞은 중견 걸그룹에서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만만찮은 부작용이 기다린다. "여성성을 상품화한다"는 여론에 부딪힐 경우 그 동안 쌓아온 걸그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상파 출연 금지 및 뮤직비디오 상영 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트러블메이커의 곡 '트러블메이커'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일부 안무를 수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걸그룹이 섹시 콘셉트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걸그룹이 내세우는 콘셉트는 큐트, 청순, 섹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2NE1에 이어 최근 소녀시대가 걸스힙합에 도전하고 크레용팝과 같은 독특한 위상을 가진 걸그룹도 있지만 대부분의 걸그룹은 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큐트, 청순, 섹시를 제외하면 걸그룹이 정할 수 있는 콘셉트 방향이 적다"며 "다른 콘셉트를 연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대중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파격 섹시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레인보우 블랙 조현영
▲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고민해야 할 때

그들은 왜 노출을 시도하고 섹시하길 원하나. 선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방송계 행태도 도마에 오른다. 지상파 음악방송의 타깃 시청자층은 10대지만 걸그룹을 담는 카메라의 시선은 종종 낯뜨겁다. 돋보이고 싶은 공급자(걸그룹)와 이를 다루는 유통(미디어), 그리고 수요(소비자)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섹시를 내세운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유형의 섹시 그룹이 많아지자 대중 역시 무덤덤해졌다. 결국 제작자들은 노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관심을 끌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업계는 "파격적인 섹시로 잠시 주목받을 수는 있어도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력과 차별점 없는 노출은 곧 한계에 다다른다는 것. 2013년 포미닛의 '이름이 뭐에요', 씨스타 '기브 잇 투미' 등이 선정성 논란 없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의 역량과 곡 완성도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최근 컴백한 걸스데이는 성숙한 여성미를 바탕으로 한 은근한 섹시를 내세웠으며 달샤벳은 매니시한 의상과 시원시원한 안무 동작을 차별점으로 꼽았다. 또 두 그룹은 래퍼의 보컬 분량을 늘이며 변신(걸스데이 유라)을 꾀하거나 자작곡 작업(달샤벳 수빈)에 나서는 등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달샤벳 B.B.B 재킷
달샤벳 소속사 관계자는 "여성성을 부각했다고 전부 섹시는 아니다. 이제 성인이 된 멤버들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성숙미를 콘셉트로 잡은 것이지 섹시는 아니다"며 "선정적인 노출이 아닌 아름다운 안무로 봐달라"고 했다. 멤버 수빈은 "신곡 'B.B.B'의 콘셉트는 섹시보다는 카리스마와 시크함이다. 선정적인 안무보다 라인의 아름다움을 느끼실 것"이라 자신했다.

● 가요계 휘어잡은 섹시스타들, 누가 있나?

'섹시'라는 단어조차 희귀했던 70년대의 섹시 아이콘은 가수 김추자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님은 먼 곳에' '거짓말이야' 등을 불렀던 그는 서구적인 몸매와 파격적인 퍼포먼스 등으로 당시 남성팬들을 휘어 잡았다. 70년대 TV보급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보는' 음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도 인기에 힘을 실었다.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원조 섹시스타로 그를 뽑는 이유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섹시스타는 가수 김완선. '오늘밤'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 '기분 좋은 날' 등을 히트시켰다. 중저음의 목소리, 뇌쇄적인 눈빛, 날씬한 몸매를 바탕으로 한 댄스 실력으로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김완선의 뒤는 엄정화가 이었다. 1993년 곡 '눈동자'로 데뷔한 그는 '포이즌' '배반의 장미' '페스티벌' 등 일렉트로닉 댄스 등 트렌디한 음악으로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가수로 데뷔한 그는 이후 배우 활동도 겸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0년대는 이효리의 시대다. 걸그룹 핑클 출신인 그는 2003년 솔로 데뷔곡 '텐미닛'을 내놓으며 일약 스타로 올라섰다. 이후 '유고걸' '치티치티뱅뱅'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가창력, 댄스 실력과 뛰어난 패션감각까지 자랑하는 그는 털털한 성격으로 남성 팬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워너비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들어 가요계 섹시 스타는 춘추천국시대를 맞았다. 채연, 아이비, 손담비 등 섹시 콘셉트의 여가수들도 등장했지만 걸그룹이 대세가 되면서 바통이 넘겨졌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2009년 '아브라카다브라'서 골반댄스로 가요계를 휘어잡았다. 또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애프터스쿨, 현아를 원톱으로 내세운 포미닛, 건강한 섹시를 표방하는 씨스타, 미쓰에이 등도 주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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