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주제로 두 번째 앨범 감성의 시각화로 팬과 교감
타이틀곡 '오션 오브…' 실시간 차트 첫 1위 감격

시간은 헛되이 지나는 법이 없다. 무색무취하다고 의미까지 없지 않다. 흔적을 새기고 추억을 남긴다. 10년 넘게 한 길을 걸어 온 이들에게는 남다른 사고와 공력을 채워주기도 한다. 삼연작 프로젝트로 중력을 소재로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모던록밴드 넬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두 번째 앨범'익스케이핑 그래피티'를 공개한 이들은 흐르는 시간을 벗삼아 음악과 인연을 쌓고 있다. 감성의 대명사이자 몽환적인 사운드의 대표주자로 통하는 이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타이틀곡'오션 오브 라이트'는 선선한 비트감이 더해져 여름에 어울리는 시즌송의 느낌마저 준다.

"여름에 앨범을 발표해서 활동하는 게 10년 만인 것 같아요. 센 비트감을 살리려고 해서 그런지 동적인 느낌이 강해요. 듣고나니 여름과 제법 어울리더군요."(종완)

생각지도 않게 시즌송이 돼 버린 '오션 오브 라이트'는 공개와 함께 각종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던 이들이지만 차트 1위와는 거리가 있던 터라 멤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전해야 2위에 올랐던 적이 전부였어요. 이번에 1위를 하고 신기했죠. 6개월 넘게 지하 작업실에서 골몰하던 시간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이 흐뭇하더군요."(재경)

정재원(드럼)
이번 앨범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홀딩 온투 그래비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으려는 심정을 중력에 비유한 전작에 비해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려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사운드는 한층 가벼워졌고 날랜 비트가 앨범 전반에 담겼다. '보이 엑스''퍼펙트''번''헤이븐''워크 아웃'등의 각각의 트랙은 노래와 함께 이미지가 떠올라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와 같다. 매 앨범마다 노래가 주는 감성의 시각화에 중점을 뒀던 이들이 만드는 음악의 특징이기도 하다.

"팬들이 노래를 듣고 느끼는 감성을 영상으로 담아서 유튜브에 올려놓는 걸 보면 느낌이 묘해요. 우리가 느끼는 걸 듣는 사람들도 함께 느낀다고 생각할 때 이런 게 교감이구나 싶죠."(정훈)

14년 간 밴드를 이어가면서 멤버들은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다. 가정을 꾸린 멤버도 있고 군 복무도 마쳤다. 음악시장을 비롯한 주변의 변화를 받아낼 정도로 맷집도 생겼다. 그럼에도 밴드 결성 동기를 묻는 질문을 재차 받을 때나 이해할 수 없는 방송 규제로 금지곡에 묶일 때는 당황스럽단다.

"신인 밴드나 받을 법한 질문을 접할 때는 재미있기도 하고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기도 해요.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죠."(재경)

"노래 전반적인 분위기나 내용이 아닌 특정 표현을 가지고 금지곡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금지를 당할 거라) 예상했던 노래는 살아남고 우리마저도 생각지도 못한 노래가 그러면 당황스럽죠. 기준이 뭘까 싶기도 하고요. 라디오에서 우리 노래가 나오지 못하는 게 가장 속상하답니다." (종완)

이정훈(베이스)
'우리만 잘하면 된다'며 스스로를 부단히 연단했다던 넬. 이제 주변을 둘러보고 누군가에게 지침이 돼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음악이 주었던 영감과 영향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주변과 소통하며 넓은 세상을 향할 것이라는 다짐이 느껴졌다. 이는 스스로의 음악 나이를 청년의 시절로 규정한 이들이 앞으로 펼칠 음악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다 컸다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치기 어린 시절이었죠. 이제 많이 모르고 있다는 걸 새삼 알 게 됐다고 할까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모르는 것들을 느껴요. 그래서인지 지금 넬의 음악은 청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종완)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