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첫 내한…2만 여 관객 ‘영접’
日공연과 대조적인 분위기에 “땡큐”

기다림은 길었고 만남은 짧았다.

힙합스타 에미넴(EMINEM)이 데뷔 1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일반적인 콘서트 러닝타임과 비교해도 짧은 1시간 20분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처음과 끝이 한결 같은 열정으로 가수와 관객이 ‘통’한 시간이기도 했다.

에미넴은 19일 오후 8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7’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리커버리(RECOVERY)’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공연은 에미넴의 첫 내한이자 오랜만에 콘서트를 가진 그의 ‘귀환’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약속된 시간이 25분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에미넴은 관객들의 속을 태웠다. 관객들은 BGM으로 흘러나온 노래가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이제는 나오려나’는 심정으로 목놓아 “에미넴”을 외쳤다.

그는 멜로디라인부터 속사포 랩 한 음절까지 놓치지 않고 떼를 지어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애정에 매료됐다. 급기야 양 팔을 머리 위로 들어 하트 모양을 그려 인사를 반복했다.

노래 중간 멘트를 할 때마다 “코리아(Korea)”라고 운을 뗀 그는 이날 공연에서 무려 19번 한국이란 단어를 되뇌었다. “한국은 정말 나를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군요”라고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건네는가 하면 “여성 관객들만 소리를 질러봐라”며 “당신들을 위해 노래하겠다”는 로맨틱한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에미넴을 발굴한 힙합가수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닥터 드레(DR.DRE)의 깜짝 등장은 좌석에 앉아 관람하던 관객들까지 일으켜 세웠다. 미군부대에서 단체관람을 오고 한국에서 유학 중인 각국의 외국인 관객들은 자신들의 모국에서도 만나기 힘든 콜라보레이션 무대에 환호를 보냈다.

3년 전 한국에서 터를 잡은 미국인 안나(27)는 이날 스포츠한국에 “미국에 있을 때도 콘서트에 가본 적이 없는데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설??蔑구?“공연을 즐기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도 열정이 넘치고 멋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 모인 관객들은 에미넴과 만나기 전 만발의 준비를 했다. 콘서트장 앞 각종 서비스 부스에는 ‘힙합 스타일’의 상징 중 하나인 콘로우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려는 사람들과 일회용 문신인 헤나를 몸에 그리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한국 공연에 앞서 일본을 찾은 에미넴이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소리를 질러라”며 공연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의(?)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리얼 슬림 셰이디(Real Slim Shady)’ ‘위드 아웃 미(Without Me)’ ‘루즈 유어셀프(Love Yourself)’ 등 주요 히트곡만 알고 있는 지인들을 위한 콘서트 예습에 한창인 팀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 관객석에는 작곡가 윤일상 방시혁과 배우 정우성 이희준, 힙합그룹 리쌍의 개리와 방송인 안선영 등 연예인들도 자리를 지켰다.

에미넴은 흑인 뮤지션 중심의 힙합계에서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독보적인 존재다. 현재까지 9,000만장에 가까운 누적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시상식인 그래미ㆍ아카데미 어워즈에서 수상한 이력도 화려하다.

월드투어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나고 있는 에미넴은 자신의 레이블인 ‘셰이디 레코드(Shady Record)’를 재정비 중이다. 힙합그룹 슬로터하우스(Slaughter House)’의 앨범 출시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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