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팔색조 매력' 비결은…
비욘세 가창력 동경… 노래할 때면 심장이 '파닥파닥'
부모님이 '한국인 긍지' 일깨워 MP3엔 K-POP 한가득

디지털 싱글 '헤븐(Heaven)'으로 지난 2월 데뷔한 신인가수 에일리. 그를 보며 비욘세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종이인형' 몸매보다 건강미가 돋보이는 이미지가 첫 번째 이유다. 몸 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끌어내는 듯 풍성한 성량도 '비욘세 마법'을 통하게 했다.

주변 시선과 다르게 에일리에게 비욘세는 "평생 쫓아야 할 히어로(hero)"다. 그는 "그룹 데스트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로 활동했던 때부터 비욘세를 동경했다"며 "노래할 때 음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가창력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헤븐' 활동을 마친 후에도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2)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에일리를 만났다.

"무대 위에서 확 바뀐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어디서 이런 능력이 나오냐고요? '(비)욘세' 언니가 가르쳐줬어요, 하하."

에일리는 요즘 칭찬 듣느라 바쁘다. '불후2'의 영향이 컸다. 에일리는 '불후2'의 '반전소녀'다. 외국에서 자란 탓에 한국말도 다소 서툴다. 특유의 애교까지 섞여 스물 넷의 나이에도 아기 같은 면이 있다. 무대에 서면 달라진다. '제2의 고향'(윤수일) '베사메무쵸'(현인) '봄비'(이은하) '빛과 그림자'(패티김)를 팔색조처럼 소화한 모습은 에일리를 다시 보게 했다.

"정확히 말하면 저를 바뀌게 한 건 무대가 아니라 음악이에요. 무대 위에 서면 심장이 파닥파닥 뛰어요. 긴장 풀려고 장난도 치고요. 신기하게도 노래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몰입이 돼요. 또 다른 에일리를 꺼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천재성이 엿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99%의 노력 없이 할 수 없는 말이다. '불후2'에서 부른 어떤 노래도 에일리가 알고 있는 곡은 없었다. 무대 컨셉트부터 의상 안무까지 '불후2'의 모든 것에 온전히 빠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매주 '불후2'의 미션을 받잖아요. 전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요. 매니저 오빠나 언니들한테 계속 물어봐요. 걱정이 컸어요. 명곡을 망치면 안 되잖아요. 지금은 부담보다 재미가 더 크죠. 몰랐던 곡을 배우니까 뿌듯하고요. K-POP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이거든요."

에일리에게 'K-POP'은 꿈을 갖게 한 계기였다. 그래서인지 에일리의 목소리는 'K-POP'이라는 단어가 나온 후 점점 커졌다.

"부모님이 늘 '넌 한국인이야'라고 일깨워줬어요. 팝을 주로 불렀지만 MP3에는 늘 K-POP이 꽉 찼어요. 한국에서 가수가 돼야 한다는 바람이 간절했죠. 꿈이 현실이 됐지만 여전히 신기해요. 길에서 '헤븐'이 들리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웃음)"

에일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해맑게 웃었다. "에일리의 첫 K-POP을 '헤븐'으로 장식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원래는 첫 K-POP이 '헤븐'이 아니었죠.(웃음) 다른 곡이었는데 솔직히 와 닿는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 '헤븐'은 들은 순간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졌죠. 음악에 맞춰 리듬 타는 모습, 의상은 어떻게 만들면 될지, 아이디어가 '휘리릭' 지나가더라고요. 소속사에서 '잘 안 되면 다 책임져야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하하."

에일리는 지금 '제2의 '헤븐''을 기다리고 있다. "좋은 곡이 얼마나 많은 줄 모른다"면서도 "2%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다.

"'불후2'도 다음 앨범도 흘러가는 대로 맡기려고요. 대중에게 강요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제 무대, 제 노래 모두 전하고 싶은 느낌이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잖아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억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대신 최선을 다하겠다는 초심은 잃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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