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키 '타고난재능'→SS501 '오디션' 데뷔 발전
무대에 있는 모습만으로도 '행복한 매력' 풍겨야
입사 17년만에 'DSP 보이즈' 신인그룹 론칭 도전

카라 레인보우의 소속사로 유명한 DSP미디어는 사실 남자 그룹의 명가로 통했다. 젝스키스를 시작으로 클릭비 SS501 등을 배출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고 최근 DSP보이즈(가칭) 론칭으로 명가재건을 외치고 있다.

올해로 17년 차를 맞은 장진희 본부장은 이 회사의 터줏대감이다. 아이돌 그룹의 흥망성쇠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에게 남자 아이돌의 어제와 오늘을 물었다.

장진희 본부장이 DSP미디어에 입사한 것은 1996년 가을. 지인의 소개로 이 회사 기획 파트에 입사해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가내수공업 수준을 면치 못했던 당시 연예계에서 기획이라는 근사한 단어는 이내 사라졌다. "일당백이 아니면 회사도 저도 버틸 수 없었어요"라는 당시 그에게 최근 분업화ㆍ산업화ㆍ세계화 등을 거듭하고 있는 최근 연예 기획사의 변화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변변한 숙소가 없던 시절 지방 출신 멤버들 밥을 차려주기 일수였고 컴퓨터가 없던 시절 팬 관리에 마케팅ㆍ정산까지 모두 수기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스케줄 오갈 때 맞춰서 밥을 해놓으면 그렇게 잘 먹을 수가 없었죠. 저까지 허기를 느낄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쌀을 하도 많이 넣어서 밥통이 터진 적이 있을 정도였어요.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죠."

온라인 뱅킹이 도입되기 전이라 매일 은행에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매일 가족처럼 사무실에서 마주치다 보니 멤버들은 누나처럼 그를 따랐고 연애상담부터 가족문제까지 시시콜콜하게 회사의 대소사는 그의 손을 거쳐야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마음이 숙연해지죠. 한번은 여자친구 선물 포장을 부탁하는 멤버도 있었어요. 워낙 가깝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잔무를 도맡아 하는 평사원이던 그가 기획 파트를 총괄하는 본부장이 되는 동안 국내 가요계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버스와 교문 앞을 서성이던 길거리 캐스팅 대신 온라인 오디션이 등장했고 가수를 보기 위해 기획사 사무실 근처를 배회하던 팬들은 유튜브와 트위터로 자신의 스타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가 기억을 더듬자 남자 아이돌 발전사라는 책 한 권이 완성되는 듯했다.

"젝키와 클릭비는 변변한 연습실도 없었어요. 연습생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무대에 오른 경우죠. SS501 데뷔 때부터 오디션의 개념이 생겼어요. 통과한 친구를 전문 트레이너가 붙어 노래ㆍ춤ㆍ연기 같은 걸 훈련을 시켰죠."

장진희 본부장은 입사 17년 만인 올해 일대 도전을 벌인다. 신인 그룹 DSP보이즈의 론칭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 멤버 캐스팅부터 컨셉트 기획과 타이틀 선정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선배 그룹들과 달리 이들은 최대 3년 이상 노래ㆍ춤ㆍ연기 등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맡았고 영어와 일어 등의 외국어도 습득했다. 데뷔 전부터 일본에서 앨범 발매와 광고 출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장 본부장은 다른 팀과의 차별화를 묻자 "본질에 충실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죠"라고 운을 뗐다.

"오랜 훈련을 받은 덕분인지 노래나 춤 실력에서 뒤쳐지는 그룹은 이제 드물어요. 아이돌의 본질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죠. 제가 생각하는 아이돌의 기본은 비주얼 입니다. 무대에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 지는 매력이 있어야 해요. 선배들의 명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 그룹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4세대형 신인 데뷔 형태] '풋풋함' 벗고 '전문성'을 입다
방송 통해 선공개로 팬덤 형성… 외국어 습득해 해외 동시 공략


방송으로 선공개하고 해외 시장 함께 노려라!

그룹 DSP보이즈(가칭)는 24일 케이블채널 MBC뮤직 '메이킹 더 스타'를 통해 첫선을 보인다. 페이크리얼리티 형식으로 멤버들의 데뷔 과정을 보여준다는 취지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전 프로모션을 벌이는 신인 그룹은 DSP보이즈만의 일은 아니다.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비투비는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에서 신인그룹 청담불패로 등장했다. 애프터스쿨의 소속사 플레디스에서 내놓는 뉴이스트는 MBC 뮤직 '뉴이스트상륙작전'으로 성시경 서인국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내놓는 신인그룹도 Mnet '마이돌 엔젤스'를 시작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이들 그룹은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치면서 춤과 노래에 자신감을 보인다. 때문에 멤버별 개성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부각시키는 데 힘을 기울인다. 더욱이 K-POP붐으로 해외 팬들이 실시간으로 신인그룹의 활동을 지켜보는 시대가 열리면서 무대 밖 친근한 모습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아이돌 4세대로 규정된다. 비주얼 아이돌의 모델을 제시한 1세대 젝스키스 H.O.T를 시작으로 가창력겸비하고 연기를 겸업하던 동방신기와 SS501(2세대), '짐승돌'을 표방하며 무대 퍼포먼스에 강점을 보였던 2PM 비스트 엠블랙(3세대) 등과 등장부터 다르다. 스케일이 크고 시장이 넓어졌다.

엑소(EXO)는 국내와 중국에서 활동할 각기 다른 6인조로 등장해 데뷔부터 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비에이피(B.A.P)도 데뷔 전 방용국과 젤로를 태국에서 프로모션을 벌였다. DSP보이즈는 데뷔 전 일본에서 광고 계약을 체결하고 앨범 발매 계약도 마무리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POP붐을 타고 등장하는 신인 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를 키우는 '성장형'이라기 보다 실력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시작부터 물량 공세를 벌이는 '완성형'에 가깝다"면서 "외국어 실력을 갖춰서 해외 시장을 노리고 출발하면서 활동형태가 선배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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