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에 팀에 들어와 졸업을 두 번했어요. 내년이면 나이 숫자 앞자리가 바뀌는데 신기해요. 아직 어리지만 팀에 들어와 많은 걸 배우며 어른이 된 기분이에요. 예전에는 저 혼자만 생각했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고 친해지면서 함께 살아가는 걸 배웠어요. 힘들긴 했지만 인생을 사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인생은 즐거운 것이니까요."

인터뷰 막바지 '막내' 강지영의 한마디에 장내가 술렁였다. 진솔하지만 무겁지 않았고, 발랄했지만 장난스럽지 않았다. 팀 안에서 성장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진심이 묻어 나왔다. 무엇보다 '생계형 아이돌'에서 '한류 슈퍼걸'로 거듭난 카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담겨 있었다.

14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시작된 카라의 일본투어 '카라시아'는 고된 성장통을 경험한 멤버들이 그간 보여준 열정을 자축하고 또 다시 한걸음 나아가야 할 미래를 그려보는 자리였다.

카라에게 해외에서 열리는 투어식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데뷔 5년 만에 그리고 일본 진출 2년 만에 팬들과 대형 무대에서 만났다. 공연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멤버들은 긴장과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떨려서 기절할 것 같다"는 지영이 천진했다면, "예능만큼 익숙하지 않아 공연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가고 싶다"는 하라는 다부졌다. 승연은 2월18일 열렸던 서울 공연과 차이점을 묻자 "일본 팬을 배려해 일본어 노래 위주로 구성됐다"면서 "공연은 객석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호흡이 중요해서 아무리 연습해도 100%를 준비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왼 발목을 다쳐 격한 안무를 소화하지 못한 니콜은 "건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아쉽고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2010년 2월 3,000명 규모의 팬미팅으로 일본 땅을 처음 밟은 카라. 같은 해 8월 첫 싱글 '미스터'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금까지 발매하는 싱글마다 골드 인증을 받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고 있다. 승연이 "급증한 관객 수를 보면서 달라진 위상을 느낀다"고 답할 정도.

멤버들이 생각하는 일본 내 인기 요인은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 팬들이 귀엽다는 말과 함께 멋있다는 말을 해준다. 일본 예능프로그램에서 일본어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에 벽이 없는 편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는 것이 규리의 설명.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고 근성 있게 매달려 결국은 해내는 '성장형'그룹다운 설명이었다.

이번 투어로 12회에 걸쳐 13만 명의 일본 팬들과 만날 카라. 정상의 자리에 도취할 만도 하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일본 내 공연장 가운데 최대 규모인 도쿄돔(5만석)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 그렇다고 성과에 목을 매는 비장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승연의 말에는 한결 여유가 느껴진다.

낯선 이국 땅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는 카라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유쾌함이 전해진다. 지영의 말대로 삶은 그리고 인생은 도전하는 자에게만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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