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특&은혁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 5주년 기념 인터뷰
처음엔 국내팬 대부분, 지금은 세계 인종 전시장… 쌍방향 라디오 매력 느껴
USA→유자·앤썸→안됨, 영어발음 굴욕 기억남아… 한가인 초대하고싶어

매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오픈 스튜디오는 세계 인종의 전시장이 된다. 현관 출구에서 라디오 부스로 향하는 통로는 매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실제로 해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자 매일 밤 즉석 팬미팅이 열리는 이 곳은 KBS 2FM(89.1Mhz)의 생방송 현장이다.

라디오 부스를 지키고 있는 이특과 은혁은 21일로 5년째 DJ로 활약하고 있다. 우등상 보다 어려운 것이 개근상. 그 성실성을 요하는 것이 라디오 DJ다. 매일 2시간을 청취자와 소통하며 순발력과 인내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 이유로 인기의 수명이 짧고 바쁜 스케줄로 아이돌 그룹 멤버는 그간 라디오국의 기피 대상인 것이 사실. 편견과 우려 속에 5년을 한결같이 버틴 이들은 같은 시간대 청취율 1위를 고수하며 제작진의 자랑이 됐다.

생방송을 통해 5주년 인터뷰를 요청했던 이특의 바람대로 스포츠한국 취재진이 DJ 부스를 찾았다.

▲5주년을 미리 축하한다. 첫 방송이 기억 나는가?

은혁(이하 은)=또렷하게 기억나요. 무슨 옷을 입었는 지까지. 당시 PD 분이 불안하셨는지 녹음 방송을 했는데 매 순간이 신기하고 긴장돼 끝나자 마자 녹초가 됐죠.

이특(이하 특)=방송 시작하고 1주일은 강하게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게스트만 골라서 받았던 기억이 나요.

▲어떤 이들이었나.

특=주로 단답형이나 예상 밖 답변을 하는 분들인데…. 양동근 SG워너비 같은 선배님들이 기억에 남네요.

▲라디오 DJ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특=초등학생 시절부터 같은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연예인이 되면 꼭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고 했죠. 그래도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어요. 2,3년 정도하면 다행이라고 했죠.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제 목소리를 듣고 또 다른 꿈을 키웠으면 해요.

은=전 반대로 DJ를 맡기 전에는 라디오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라디오의 매력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죠. 초반에는 마냥 웃고 떠드는 게 DJ의 역할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달라요. 음악도 많이 알아야 하고 게스트를 배려하고 청취자와 소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배워가고 있어요.

▲생방송 때마다 팬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초반에는 국내 팬들이 찾아왔어요. K-POP이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온 팬들이 늘었죠. 최근에는 유럽이나 남미에서 온 팬들도 많아요. 참, 오픈 스튜디오가 아예 관광코스로 개발됐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은=가끔 사비를 털어서 간식도 사드려요. 어제도 아이스크림을 팬들에게 돌렸어요. 직접 찾아 오지 못하는 해외 팬들은 번역을 해서 듣는다고 했어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언젠가 해외 공개방송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방송 사고는 없었나.

특=청취자 전화 연결이 가장 긴장돼요. 만우절에 선생님께 장난쳤던 사연을 소개하다가 표현이 적나라해서 진땀을 뺐던 게 기억나네요.

은=전 팝송을 소개하다가 발음 때문에 굴욕을 당했던 적이 있어요. '앤썸'을 '안됨'으로 소개하고 '파티 인더 유에스에이'를 '파티 인더 유자'로 읽어 한동안 놀림 당했죠.

▲매일 청취자와 만나면서 고충도 있을텐데.

은=저도 사람인지라 기분 나쁘고 힘들 일이 있어도 부스 안에서는 밝게 웃고 즐거워해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제는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으면서 오히려 풀고 가죠.

특=그만큼 부스가 내집 같이 편해졌고 방송이 즐거워요.

▲위기는 없었나.

특=2007년 4월19일. 멤버들이 이동하다 교통사고가 났어요. 그 때 저도 크게 다쳤죠. 정확하게 33일을 비웠어요. 병실에서 방송을 들으면서 DJ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죠.

은=전 특이 형이 그리웠어요. 항상 생방송이 끝나면 나가기 전 계단 앞에서 스태프와 인사를 하곤 했어요. 그날따라 급하게 인사를 못하고 돌아섰는데 사고가 났어요. 일종의 징크스 같은 건데 그날 이후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인사를 꼭 하고 이동해요.

▲라디오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특=TV는 일방향이에요. 라디오는 쌍방향이죠. 그점이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 보다 외롭고 지친 분들이 듣는 이유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유일한 매체가 아닐까 싶어요.

▲21일 정확히 5주년이 되는 날이다. 계획이 있나.

특=5집 컴백 일정 때문에 생방송이 가능할 지 모르겠어요. 만약 가능하다면 게스트를 게릴라로 초대하고 싶어요. "지금 방송 듣고 있는 연예인들, 스튜디오로 와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특히 걸그룹 환영입니다, 하하.

▲가장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은=한가인 씨요. 정말 좋아합니다. 꼭 한번 와주세요, 하하.

특=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경쟁 프로그램의 DJ를 한번 모시면 재미 있을 것 같아요. 정엽 선배님 윤하 양 그리고 이석훈 씨 보고 있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은=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방송으로 남고 싶어요. 언제나 힘이 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고 싶어요.

특=(10년간 진행한 DJ에게 수여되는 골든 마우스를 가리키며) 10년을 꼭 채우고 싶어요. 중간에 군 복무가 있지만 전역 후라도 로 돌아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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