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신(新)조류 아이들밴드 뜬다] 한성호 "이렇게 빨리 뜰 줄이야"

■ '씨엔블루' 키운 FNC뮤직 대표
'아이들 밴드' 높은 기대 부담 커
정용화 첫인상 눈빛 살아 있더라
노래 느낌 같다고 표절? 말도 안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FNC뮤직의 대표 한성호. 그는 대중음악계에 밴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는 자신이 발굴해 키워낸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를 연이어 차트 정상에 올려놓았다. 댄스 아이들(idol)이 판치고 있는 가요계에서 이들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에 오르는 아이들 밴드는 이제 가요계의 새로운 '히트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댄스 아이들 그룹 못지 않은 외모와 끼를 갖춘 이들은 무대와 함께 방송가를 누비고 있다. 이제 아이들 그룹을 꿈꾸는 지망생이 춤 대신 악기를 배우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엇갈린다. 멤버들의 자작곡을 만드는 능력과 무대 위 라이브 연주 실력 등이 부족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씨엔블루의 와 인디 밴드 와이낫의 의 유사성 논란도 마찬가지. 인디밴드의 공적(公敵)으로 내몰리며 그는 순식간에 가요계의 '문제적 인물'로 떠올랐다.

세상이 주목하고 또 오해하는, 그가 품은 밴드음악에 대한 꿈과 철학 그리고 소신을 물었다.

# YG 벤치마킹?

▲씨엔블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이돌 밴드' 혹은 '밴드 아이들'(Idol)의 개념이 생긴 것 같다.

=밴드음악도 멋있고 좋은데 대중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씨엔블루의 가치가 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자면.

=항간에는 밴드가 타이틀 곡을 직접 쓰지 않는 걸 지적했다고 들었다.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다. 과정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밴드음악을 천착하는 이유가 있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난 스쿨밴드로 음악을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인디밴드 생활도 거쳤다. R&B 흑인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 작곡가인 내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따라하기에 급급했으니까. 이럴 바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있는 음악으로 승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밴드음악은 가요계에서 시장성이 없는 음악으로 꼽힌다.

=잘 알고 있다. 내가 처음 대중적인 밴드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도 심했다. '위대한 탄생' 형님들에게 내 꿈을 말씀 드렸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자신이 있었나.

=어느 정도 있었다. YG 양현석 사장을 보면서 느낀 점들도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힙합은 비주류 음악이었다. YG라는 브랜드가 대중성과 끊임없이 만나는 시도를 했다. 이제 주류 음악이다. 밴드도 마찬가지다. 트렌디한 밴드가 대중의 좋은 시선을 끌 수 있다면 밴드음악의 대중화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거라 본다.

# 씨엔블루를 말하다

▲씨엔블루 얘기를 더 해보자. 대중적 성공을 거둘 거라 예상했나.

=이렇게 빠른 반응은 예상 못했다. 다음 앨범이 나올 때쯤이나 터질 거라 생각했다. 걱정도 된다.

▲어떤 걱정인가.

=밴드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다. 일본에서 인디밴드 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러 갔지 정식 활동을 펼친 것은 아니다. 기성 밴드의 잣대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일본 인디밴드 경력을 넣기 위해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밴드음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다. 댄스 그룹은 미리 짠 안무를 보여주는 게 전부다. 밴드는 관객과 교감하면서 변화무쌍한 무대를 꾸민다. 단기간에 노하우를 쌓기 어렵다. 길거리나 클럽에서 무대에 자주 올라 자신들이 체득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을 놓고 봤을 때 한국보다 일본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인기의 중심에는 정용화가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눈빛이 살아있었다. (이)홍기(FT아일랜드의 멤버)는 선천적인 보컬 능력을 타고났다. (정)용화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악기 연습에 매달렸고 자신의 보컬을 연구했다. 므라즈의 와 자신의 음색이 잘 어울린다는 걸 찾아낸 건 좋은 예다.

▲기대되는 멤버가 있다면

=씨엔블루는 보컬이 두 명이다. 농구로 치면 '트윈 센터'인 셈이다. 그래서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 이종현이라는 서브보컬이 다음 활동의 '키멤버'가 될 것으로 본다.

# 나도 인디다

▲최근 '표절 공방'이 벌어지면서 인디밴드의 공적이 됐다.

='대형기획사의 횡포'라는 표현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인디라는 개념은 자본에서 독립된 레이블을 뜻한다. 그런 뜻이라면 우리 회사도 인디레이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제작과 유통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일을 인디와 메이저의 대결식으로 몰고 가선 안된다.

▲'인디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는데

=세상의 모든 인디 밴드 음악을 다 들을 수 있겠나. 그런 의미에서 처음 들었다는 얘기를 한 것인데, 그 말이 와전됐다. 잘잘못을 떠나 불쾌한 분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사과하겠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간 저작자간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사실이 그렇다. 씨엔블루가 표절을 한 것 같이 보도되는 것이 속상했다.

▲단독직입적으로 표절인가?

=명백하게 아니다. 한두마디가 비슷하다고 노래 전체가 의심 받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두 노래의 경우는 세밀하게 따지면 코드 진행도 다르다. 비슷하다는 그 마디도 엄밀하게 따지면 코드진행과 화음이 다르다. 가 Dm-Bb-C-F-A를 반복한다면 는 Dm-Am/c-Bb-C-Bb-F/A-Bb-C를 반복한다. 느낌만으로 표절로 몰아부친다면 는 먼저 발표된 박상민의 나 컨츄리꼬꼬의 를 표절한 것인가? 그런 식이라면 어떤 노래도 자유롭지 않다.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들었다.

=표절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지금까지 받은 상처는 어디서 보상을 받겠나. 올해 인디밴드를 위주로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일본에 진출시킬 신인 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진정성이 의심을 받게 됐다.

▲국내 밴드음악의 미래는 있나.

=있다고 확신하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밴드는 각 음악시장의 주류다. 한국만 소외받고 있다. 평가가 엇갈렸지만 아이들 그룹과 밴드를 결합시킨 것은 FT아일랜드가 시작이었다. 씨엔블루를 통해 대중성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본다. 밴드음악이 활성화된다면 난 대중음악이 다양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부분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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