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15주년 공연에 서태지는 없었다

"가요계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서태지는 아티스트를 넘어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이자 사상가입니다."(MBC TV '특종 TV 연예' 당시 진행자 임백천)

1992년 3월 서태지와 아이들(서태지ㆍ양현석ㆍ이주노)은 '특종 TV 연예'의 신인코너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으며 데뷔했다.

그러나 이들의 출연은 한국 가요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었으며 '난 알아요'는 한국 사회가 신드롬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랩댄스곡 '난 알아요'를 선보인 서태지는 이후 음반을 낼 때마다 메탈+힙합+국악의 접목('하여가')→록('교실이데아')→갱스터랩('컴 백 홈') 등 새로운 시도로 음악적 전이를 하며 가요계의 이변을 일으켰다.

1일 오후 7시20분 서울 화곡동 88체육관에서 '[&] 서태지 15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 이날 서태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공연은서태지의 음악인생 15주년을 정리하는 영상과 후배들의 트리뷰트 공연으로 꾸며졌다.

그는 후배와 자신의 히트곡을 직접 짝짓기 해주는 등 각 무대마다 애정을 쏟았다.

힙합그룹 45RPM이 '하여가', 나윤권이 '너에게',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교실이데아', 그룹 스윗소로우가 '컴 백 홈(Come Back Home)', 밴드 넬이 '테이크(Take) 1', 밴드 피아가 '울트라맨이야' 등을 부르며 서태지의 15주년을 축하했다.

모든 가수들은 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청소년기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서태지 음악 없는 어린 시절을 생각할 수 없다"며 "4집이나온 날 학교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음반을 샀다. 이때는 서태지의 음반을 가장 먼저 산 사람이 '짱'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오던 타블로는 옛 생각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1996년 1월31일 4집까지 발표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기자회견 영상이 나오자 시종일관 흥분의 도가니였던 공연장은 숙연해졌다. 일부 관객은 당시의 슬픔이밀려드는듯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피아의 무대가 시작하려던 찰나엔 갑자기 서태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관객을 흥분시켰다. "베이스 튜닝이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서태지의 목소리에 피아는 "형님 여기 오셨어요?"라고 되물었고 다시 서태지가 "음, 마이크는 괜찮네"라고 답해 관객의 등줄기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서태지 7집 곡 '로보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윤진서는 무대에 등장해 눈물을 글썽이며 "오늘 고백할 게 있다. 서태지 씨한테 두번 째 사인을 받았다"고 말해 팬들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서태지의 음악과 함께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는 여성 팬 박모 씨는 "오빠가 '교실이데아'를 발표했을 때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란 악마의 소리가 들린다는 루머로 사탄설, 악마설, 자살설에 시달렸다. 이때 무척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다시 눈물을 닦았다.

팬들은 서태지의 음악이 '엔드(END)'가 아닌 '앤드(AND)'란 사실에 안도하는 눈치였다. 모두 내년 초 발매될 그의 8집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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