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가수들 대중 입맛 맞춰 잇따라 새앨범

이승환 이승철 박진영 김조한 그리고 박선주까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대형 가수들이 줄줄이 새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들이 대중성의 기치를 높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한 발 다가가는 음악 그리고 홍보방식을 꺼내 들었다. 끝을 모르는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음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살가워진 그들의 음악 이면의 속내를 들춰본다.


#말랑해진 그들

가수 이승환이 11월 1일 발표한 미니 앨범의 제목은 이다. 말 그대로 대중이 선호하는 ‘말랑말랑’한 음악을 담았다는 신호다. 타이틀 곡 는 ‘이승환표 발라드’답게 애절한 느낌을 준다.

이승환이 5집 이후 록음악에 시도하면서 거리감을 두었던 일반 팬들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다. 이승환은 이번 앨범 발표 후 그간 자제했던 오락 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하며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승환은 “예전 발라드를 듣고 싶어하는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록음악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발라드를 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철도 마찬가지다. 9집 의 타이틀곡으로 를 꺼내 들었다. 이승철 역시 재즈적인 감각을 앨범에 입히면서 조금씩 쌓았던 대중과의 벽을 스스로 허물겠다는 노력으로 보인다.

는 쉬운 가사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로 대중친화적인 발라드 곡이다. 의 타이틀곡 낙점은 앨범 발표 직전 있었던 이승철 팬클럽의 모니터 결과를 따른 결과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추기를 원했던 아티스트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승철은 “더 욕심이 나는 곡이 있었지만 를 과감하게 타이틀 곡으로 정했다. 팬들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두 대형 가수의 변화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90년대 당시 음반의 주된 구매층이 중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이 어느덧 현재의 주된 구매층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접어든 세대가 되었다. 이승환 이승철 두 가수가 대중의 ‘귀높이’에 자신의 음악을 맞추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력을 갖춘 예전 팬들을 조금 더 많이 껴 안기 위한 변화인 셈이다.


#젊은 피로 회춘하라

다른 90년대 가수들의 환골탈태의 몸부림도 눈에 띈다. 젊은 감각을 접목시키기 위해 후배 가수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솔리드 출신 김조한의 변화가 우선 감지된다.

김조한은 최근 5집 에서 후배들의 손을 많이 빌렸다. 타이틀 곡 는 성시경이 만든 발라드 곡이다. 후배들의 피처링도 활발하다. 빅뱅의 G-드래곤과 태양, 김진표, 후니훈이 김조한과 호흡을 맞췄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박선주도 젊은 감각의 도움을 받아 변화를 추구했다. 박선주의 선택은 록이다. 5집 (Dreamer)를 준비하며 윤도현에게 특별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한편 옛 삐삐밴드의 보컬 이윤정에게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를 맡겼다.

김장훈도 에픽하이 타블로가 작곡한 를 받아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곡은 심수봉이 로 개사해 다시 불러 화제가 되고 있다. 는 같은 에픽하이에 속한 래퍼 미쓰라 진이 랩피처링에도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선배 가수들이 후배 가수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신뢰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젊은 가수라고 무조건 공동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컨셉트가 잘 맞아야 한다. 조PD와 인순이 BMK와 김진표가 각각 등은 선후배 모두 시너지효과를 얻은 좋은 선례로 남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선배들은 후배의 감각을 후배들은 선배들의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서로의 팬층을 흡수하겠다는 측면도 있다. 결과적으로 좋은 컨셉트와 취지가 부합되면 음악 팬층의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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