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15개월만에 3집…클래지콰이
'첨가제' 빼고 솔직·담백하게 경쾌한 리듬에 희망의 메시지 담았죠

(좌부터)알렉스, DJ클래지, 호란
그룹 클래지콰이는 캐나다 교포 DJ 클래지와 알렉스, 그리고 매력적인 홍일점 호란 등 3명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니카 그룹이다.

그룹 명칭은 클래식(Classic)과 재즈(Jazz), 그리고 그루브(Groove=Quai)를 합성 시켜 만들었다.

전자음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외에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이들의 음악을 잘 표현하는 명칭이다.

클래지콰이는 2004년 세련된 스타일이 강조된 곡으로 채운 1집 앨범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광고와 드라마 삽입된 친숙한 넘버들로 2년차 혹은 2집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부담감인 ‘소포모어 징크스’도 날려버렸다.

대중의 기호를 한 두 발짝 앞서가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음악을 선보였던 클래지콰이가 최근 3집 앨범 (Love Child of the Century)을 야심차게 내 놓았다.

클래지콰이는 이번 앨범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진지한 시각을 끈적한 그루브와 경쾌한 리듬에 실었다.

대중성과 실험성의 비율을 적정하게 섞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 클래지콰이 멤버들을 초여름의 어느날 오후에 마주했다.

# 탄산음료, 커피 그리고 주스

클래지콰이는 2004년 국내에 생소했던 라운지 음악(공항 호텔 상점 등지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소개하며 도심 곳곳을 자신의 음악으로 물들였다.

이들의 1집 (Instant Pig) 수록곡인 (Novabossa) 등이 광고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금세 얼굴을 알렸다.

여세를 몰아 2집 (Color your Soul) 수록곡 와 OST 삽입곡 가 드라마 에 등장하면서 안방극장을 자신의 무대로 삼아버렸다.

이번 3집에서 변덕스럽게 변하는 대중의 취향을 쫓기보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인위적인 전자음을 가능한 배제하고 보컬과 리듬의 조화를 최대한 살려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복고 코드다. 전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트렌디한 리듬에 80년대풍 복고 사운드를 입혔다. 타이틀곡 (Lover Boy)는 1980년대 유행했던 뉴 웨이브 스타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띠용띠용’하는 전자음 도입부가 통통 튀면서 귓가를 건드린다.

그룹 명칭 끝에 붙어있는 꼬리표 ‘콰이’가 무얼 의미하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The lover boy 달콤한 사랑이여, 그대는 the god of love’하는 부드러운 후렴구가 그루브(리듬의 질감 혹은 흥)를 느끼게 한다. 3번 트랙 도 8090 세대(80년대와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남녀 코러스가 전자음과 교차되면서 표현된 미래적인 분위기는 버글스의 를 떠올리게 된다.

DJ 클래지는 “앨범 작업을 하면서 80년대 리듬이 그리웠어요.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복고 일렉트로니카’라고 할까요. 밝고 희망적인 리듬을 표현하는데 주력했어요”라고 소개했다.

호란이 “1집이 탄산음료처럼 톡톡 튀고 상큼한 음악이었다면, 2집은 리듬이 감미롭고 부드러웠던 커피같았죠. 3집은 첨가제 같은 것을 빼낸 주스라고 할까요.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라고 거들었다.

클래지와 호란의 말대로 이번 앨범에는 1집과 2집에서 자주 보였던 보컬과 리듬을 과도하게 자르고 붙이는 편집을 하지 않았다. 그냥 흘러가는 듯한 리듬과 힘을 뺀 보컬이 편안하면서도, 약간은 나른하게 다가온다.

전자 기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멤버간의 호흡은 더욱 좋아졌다. 곁에서 의외로 과묵하게 듣기만 했던 알렉스가 나섰다. 알렉스는 “편안한 리듬이 강조된 음악이 많지만 편안하게 부를 수는 없었어요”라고 농을 건넸다.

알렉스는 “가이드(샘플 반주)를 사전 조율 없이 호란과 함께 들으면서 서로 부를 부분을 즉흥적으로 맞춰본 것이었죠”라고 말을 이어갔다.

#희망을 메시지를 담았다

클래지콰이는 이번 앨범에서 편집을 통한 화려한 음악적인 장식을 버렸다. 대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그 메시지는 앨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캐릭터에서 엿볼 수 있다.

이들의 말에 따른다면 이 캐릭터는 ‘사랑’ ‘희망’ ‘기쁨’이라는 ‘슈퍼 항체’를 지닌 존재다. 클래지콰이가 음악의 마스코트인 ‘달마시안 돼지’의 탈을 쓰고 있다.

달마시안 돼지는 실험을 통해 태어난 생명체로, 음악의 실험성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멤버들의 다짐이 담긴 가상의 영물(?)이다. 클래지콰이는 슈퍼 항체를 지닌 존재가 실험적인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했으면 한다는 이들의 바람으로 3집 앨범 전체를 꾸몄다.

1번 트랙 (Prayers)는 어떤 문제에 대해 행동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더니 5번 트랙 (Gentle Giant)에서는 권력자들의 허위에 대한 조소를 담았다.

10번 트랙 (Flower Children)은 자연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스타일에서 메시지로 이들의 힘이 옮겨졌음을 알 수 있다.

DJ 클래지는 “1집 때는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사심이 있었다고 할까요. 어리고 당돌했죠.(웃음) 이번에는 그런 사심을 다 버리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진심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 같아요. 앨범 표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캐릭터의 표정이 좋지 않잖아요. 뭔가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음악으로 뒤틀린 세상에 대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탱고리듬을 대거 차용한 6번 트랙 (Last Tango)와 브레이크비트을 기반으로 삼바 리듬 가미한 10번 트랙 (Romeo N Juliet) 등은 일렉트로니카 감성을 최대한 살려냈다.

하우스 넘버인 (Prayers)와 (Next Love)에 참여한 객원 보컬 크리스티나와 호란 매력적인 음색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클래지콰이 앨범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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