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2년만에 1.5집 이재원

“언제까지 H.O.T를 ‘팔아 먹어’야만 할까요.”

그룹 H.O.T 출신의 이재원은 그간 가슴 속에 꽤나 큰 소용돌이를 경험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05년 봄, 솔로 데뷔 앨범을 낸 뒤 2년여 만에 마주한 그는 어떤 질문에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솔직하게 답했다. 그의 대답에는 미사여구나 수식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진심이 주는 힘이 있었다.

이재원은 한동안 아예 가수를 그만둘 생각도 해 봤다는 사실을 찬찬히 털어놨다. H.O.T 출신이라는 점이 큰 장점인 동시에 부담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늘 제 이름 앞에는 ‘H.O.T 출신’이 따라다니죠. 언젠가 제 이름만 나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지막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욕심이 엿보였다.

#알 깨기=가수 은퇴 고려

이재원은 솔로 데뷔곡 'No pain,no gain'이 팬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한때 가수를 그만 둘 생각도 했었다.

이재원은 “그런 생각, 아마 누구나 할 거에요”라고 털어놨다.

“어떨 때 그만두고 싶느냐”는 질문에 이재원은 바로 “제 한계에 부딪힐 때죠. 제가 스스로 보기에 ‘아닌가 보다’ 싶을 때요”라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이재원은 그렇게 슬럼프가 찾아오면 홀로 자신 안으로 파고든다. “술도 마시고, 그냥 혼자 한없이 좌절하는 거죠.”

이재원은 H.O.T 출신이지만 의외로 연예인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나 싫단다. 이재원은 “그런 면에서 저는 연예계랑 안 맞는 것 같기도 해요.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가요계에 맞지만요”라고 말했다.

#날아가기=일본에서 재충전

이재원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훌쩍 떠났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약 4개월간 일본에서 살았다. 아침에 일본어 학교에 갔다 오후 3시면 댄스스쿨에 가서 춤을 배웠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TV를 시청하는, 단조로운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이재원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넣어줬다.

디즈니랜드와 신주쿠 나들이를 하며 바람을 쐬곤 했다.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과 술집에서 일본 폭력배들과 아찔한 순간을 넘기는 등 해프닝도 겪었다.

이재원은 “유학을 꿈꿨던 터라 일본 생활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죠”라고 말했다. 매니저는 “택시를 타도 기사님과 일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정도로 일본어 실력이 좋다”고 한 마디 거든다.

이재원은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1급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 중이에요. 7월에는 중국에 가야 해서 중국어도 배워야 되죠. 세븐이 영어를 잘 하던데요. 저도 영어도 공부하고 싶어요”라며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더 높이 날기=공연이 꿈

이재원은 결국 꿈틀대는 음악에의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최근 1.5집을 내 놨다. 1집 타이틀곡 을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했지만 이번 타이틀곡 은 유명 작곡가인 박성호에게 맡겼다.

이재원은 “1집 때는 제 이야기를 했었죠. 아무 의미가 없더라고요.(웃음) 다른 아티스트들을 보니 자기 이야기를 하면 고독하고 고뇌에 차 보이던데, 저는 괜히 악담만 하는 것 같아 관뒀어요. 이번엔 신나고 밝고 건전하게 갑니다”라고 말했다.

혼자만의 마음고생이었지만 평생의 업을 포기했을 수도 있는 긴 터널을 지난 그에게 환한 햇빛이 비추기라도 한 것일까.

이재원은 “연기 도전이나 사업 등 다른 건 생각이 없어요. 가수, 정말 잘 해 보고 싶어요. 올해는 꼭 ‘한 건’ 할 겁니다. 제 이름으로 된 공연도 언젠가 하고 싶어요”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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