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온] 억압받던 흑인들 정서… 한국의 '한'과 일맥상통
리듬·직설화법에 매료… 세계 음악시장 주류로

윤미래
2007년 봄, 가요계는 흑인 음악 열풍이다.

흑인 음악을 표방해온 솔타운, 은지원, 휘성, 거미 등 실력파 뮤지션이 연이어 컴백하면서 유례없는 흑인음악(Black Music) 붐을 이루고 있다.

흑인 음악 붐은 윤미래에서 비롯됐다. 윤미래가 최근 4집 앨범을 발표하며 한층 더욱 깊어진 소울과 랩 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4집 타이틀 곡 는 R&B 리듬에 호소력 짙은 윤미래의 음색이 겹쳐지면서 한국적인 흑인음악을 구현하고 있다. 윤미래의 흑인 음악은 주한미군인 흑인 아버지의 핏줄을 타고 내려와서 흑인 음악 정서에 가깝다는 평가다.

솔타운은 정연준 스티브 김의 업타운과 이준 정재윤의 솔리드가 의기투합한 그룹이다. 두 그룹 모두 10년 이상 흑인 음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R&B와 힙합에 천착해 왔다.

휘성
흑인 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두 그룹의 결합만으로도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음악과 인기를 동시에 거머쥐며 R&B 남녀 솔로가수로 독보적인 자리에 오른 휘성과 거미도 곧 앨범을 내며 활동에 들어간다. 아이들 그룹에서 힙합전사로 거듭난 은지원도 ‘흑인 음악의 봄’ 대열에 합류했다.


#흑인 음악이 대세

흑인음악 장르의 붐은 비단 대한민국 가요계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흑인 음악은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며 이미 오래 전부터 주류 음악으로 자리했다.

이 말은 곧 흑인 음악이 단지 흑인만의 음악이 더 이상 아니라는 말과 같다. 이미 30,40년 전 백인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흑인 음악으로만 치부됐던 로큰롤을 들고 나와 세계 음악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정연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백인 래퍼 에미넴이 흑인 랩을 구사하며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다. 백인 가수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크리스카도 검은 색이 짙은 음악 R&B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종에 국한된 음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이런 크로스 오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타운의 리더 정연준은 “흑인음악은 세계적인 대세다. 국내 뮤지션들이 흑인음악에 심취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미국 등에서 인기를 얻으며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유입된 것이다”고 말했다.

13년 째 흑인음악을 해온 가수 바비킴의 역시 “예전부터 업타운, 타이거JK, 윤미래, 거미 등 많은 가수들이 꾸준히 흑인음악을 해 왔다. 단지 최근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더욱 부각되고 유행처럼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흑인음악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가수 타이거 JK는 “흑인음악의 원류는 흑인들의 한(恨)이 담겨진 노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민족이 겪었던 경험은 흑인음악의 한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흑인음악의 일반적인 장르는 랩, R&B 재즈와 블루스다. 하지만 그 원류는 흑인들의 노동요다.

억압 받던 인종이 토해냈던 표현물이 음악이 된 것이다. 이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 고난의 역사를 가진 한국인의 정서와 동일한 선상에 놓인다.

정연준은 “흑인음악의 리듬감과 직설적인 화법이 한국 대중을 매료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연준은 “흑인음악의 대표적인 특징은 가사의 직설적인 표현이다. 흑인음악은 은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거칠고 야한 가사가 많다. 한국 음악 팬들은 이를 통해 시원함과 통쾌함을 맛 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원조와 변형의 사이

한국에서 흑인 음악을 해온 뮤지션들은 한국적 흑인 음악이 본래 흑인 음악과 거리가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한국 뮤지션들은 그 원인을 흑인 문화의 미경험에서 찾았다.

정연준은 “R&B 장르를 하는 후배들이 흑인음악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유행하는 R&B 장르는 정통 흑인음악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R&B장르를 슬픈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무척 즐거운 음악이다. 한국 정서로 인한 변형이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로 표현수위의 차이가 꼽힌다.

타이거JK는 “한국 흑인음악은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서와 방송사의 심의 등의 문제로 과감한 표현이 제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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