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포르쉐까지.'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지난 2003년 일본 진출 초기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신승훈은 11일 일본 투어 콘서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일본 활동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신승훈은 "일본에서 앨범을 내지 않고 공연을 하겠다고 왔을 때 시행착오가 많았다. 한국과 다른 일본 연예계 시스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체계적인 앨범 홍보는 물론 매니지먼트 지원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실제로 한국 내 인지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으며 활동했다. 일례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신승훈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차량이 없어서 대부분 택시를 타고 이용했다. 택시를 타고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이동할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한번은 공항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나를 배웅하러 나온 일본 팬들이 택시에서 내리는 나를 보고 의아해 했다. 연출된 '쇼'가 아니냐고 물어 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신승훈은 서두르지 않았다.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거나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버리면서 J-pop시장에 살아 남을 생각은 없었다. 신승훈은 당시를 떠올리며 "내 노래 속의 한국어 가사에 매력을 느끼는 일본 팬도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은 일본어 발음으로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어로 노래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어에 자신이 붙은 후에 자신의 히트곡 를 일본어로 개사해서 불렀다. 한국에서 활동하던 '신승훈표' 발라드 멜로디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신승훈은 11일 일본 투어 마지막 공연 직전 가진 일본 취재진 50여 명을 앞에 두고 가진 기자회견에도 이 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신승훈은 길게 5년이란 기간을 잡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 올라갔다. 2장의 싱글 앨범과 1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꾸준한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여성 사이에서 소위 입소문이라는 것이 나면서 매년 열어온 일본 공연이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신승훈은 10,11일 공연에서도 객석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에게 "혹시 주변의 권유로 오신 분이 있냐?"고 물은 뒤 "다음 공연에는 여러분이 다른 팬과 더불어 올 수 있도록 최고의 공연을 선사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마다 최선을 다했고 바라던 입 소문은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의 삽입곡도 신승훈의 일본 내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혔다. 일본 진출 3년 4개월 만에 일본 굴지의 음반 제작사인 에이벡스(AVEX)와 손을 잡으며 일본에서도 '발라드의 황제' 칭호를 이어갈 준비를 마쳤다.

최근 들어 신승훈이 일본 도쿄 시내에 단 두 대가 있는 포르쉐 벤을 타고 다니는 특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신승훈의 이동 수단 변화는 일본 내에서 달라진 신승훈의 입지를 확인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신승훈은 "한국에서 데뷔하기 전에 가리봉동 카페에서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시절과 일본에서 택시를 타고 다니며 이동하던 시절을 잊지 않을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은 내가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이 된 자산이다"고 말했다.

길고 험난했지만 보람도 컸던 신승훈의 일본 여정은 이제 2막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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