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들고 컴백 빅마마, 깊어진 목소리 여전히 푸근

이제는 ‘스몰마마’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다. 실력파 여성 그룹 빅마마가 몸무게를 덜어냈다. 한층 날렵해진 몸매로 최근 3집 ‘포 더 피플’(FOR THE PEOPLE)을 내놓으며 컴백했다. 빅마마를 줄곧 따라다니던, ‘외모 지상주의를 깨는 여자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빅마마가 날씬해졌다고 그 넉넉한 음악성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했다면 오산이다. 빅마마는 1년 5개월 동안 다이어트만 한 게 아니다. 맏언니 신연아가 결혼한 이후 이지영 이영현 박민혜도 사랑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타이틀곡 ‘네버 마인드’(Never mind) 외에 이번 앨범의 수록곡에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여전히 푸근하다. 엄마 품에 안긴 듯 눈물을 글썽이게 만든다.

#신연아= ‘짓밟힌 꽃송이’를 안아주고 싶어요.

신연아는 지난 봄 프랑스인 알렉산드로 보스키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연아는 “결혼 이후 개인 시간이 줄어들어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작사 작곡을 하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혼을 한 뒤에는 그런 ‘고독한 시간’이 쉬 생겨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은 신연아의 음악 사랑을 이해해 집 근처에 작업실을 따로 두는 데 동의했다.

신연아는 남편 덕분에 “세상에 영원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때문일까. 신연아는 결혼 이후 활짝 핀 꽃처럼 얼굴 표정이 밝아졌다. 마음의 여유 덕분인지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 실린 ‘모두 용서한다(짓밟힌 꽃송이를 위해…)’라는 제목의 곡이다. 신연아는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여성 문제들을 접한 이후 관심을 갖게 됐다. 거창한 의미의 여성 운동은 아니다. 자신감을 상실한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곡은 ‘더러운 건 내가 아니야’로 시작해 ‘모두 용서해’로 마무리된다.

#이지영=사막에서 영혼의 외침을 들었죠.

이지영의 얼굴은 밝았다. 목소리도 씩씩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이지영은 빅마마 활동을 하며 마음을 많이 열었다. 올초 이집트로 여행을 다녀오며 삶의 의욕을 북돋웠다. 용기를 내 떠난 길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원주민의 트럭을 5시간 동안 타고 들어간 사막 한 가운데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지영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연주하면서 춤을 췄다. 눈 앞에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황홀한 풍경이었다. 여기가 우주 밖인지, 지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경험을 담은 곡이 솔로곡 ‘콜링’(CALLING)이다. ‘콜링’은 ‘소명’ ‘부름’이라는 의미다. 이지영은 이 노래에서 자신이 걷고 있는 가수의 길이 최선일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다독거렸다. 이지영은 “‘영혼의 외침’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아프리카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타악기 사바르와 젬베를 사용해 노래를 만들었다. 마치 사막으로 한 가운데로 울려퍼지는 듯한 노래다”고 설명했다.

#이영현=작곡가 영현으로 불러주세요.

이영현은 그동안 가수보다 작곡가 활동으로 더 바빴다. 빅마마의 히트곡 ‘체념’을 만들며 실력있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영현은 다른 가수들에게 선물할 곡을 만드느라 애를 먹었다. 세븐에게 남자 버전의 ‘체념’을 선물했고, 버블시스터즈 출신의 가수 영지에게도 곡을 써 줬다.

이영현이 이번 앨범에 실은 ‘연’은 원래 세븐에게 줬던 곡이다. 세븐이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빅마마의 ‘체념’을 구성지게 부르면서 발라드에 도전하자 이영현이 세븐을 위해 만들었던 곡이다. 이영현이 정작 자신의 솔로곡을 쓰고 나자 ‘체념’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세븐에게 “‘연’ 대신 다른 곡을 가져가라”고 요청했다. 그만큼 이영현은 솔로곡에 대한 부담이 컸다. 이영현은 “여태까지 쓴 곡에 슬픔이 많이 담겨져있었다. 이제는 절제된 아픔을 노래하고 싶다. 보컬을 거칠게 바꿔 색다른 분위기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박민혜=아직 배워야할 일이 많아요.

막내 박민혜는 멤버 중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무려 15kg을 감량해 아예 딴 사람이 돼버렸다. 신연아는 “민혜한테 은근히 남자들의 ‘작업’이 많다. 그런데 민혜는 그게 작업인 줄도 모르더라”며 놀려댄다.

박민혜는 이제 더 이상 짝사랑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표정이다. 박민혜의 솔로곡 ‘사랑을 외치다’는 짝사랑이 아닌, 함께 나누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박민혜는 “1집 때만 해도 작사 작곡 방법을 몰라 고민이 많았다. 언니들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다. 이번 곡은 잠결에 떠오른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녹음해뒀다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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