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새 음반 '욕망' 재킷에 아내 누드 사진 담아… 신곡 '대통령'에서 부시 맹비난

"음악 듣고 심도 있는 얘기를 양호하게 나눠봅시다."

10일 전 한대수(58)와 전화로 약속을 잡으며 그는 "꼭 음악을 듣고 만나자"고 재차 말했다.

26일 저녁 한대수의 새 음반 '욕망(欲望)' 발매일에 맞춰 신촌 대학가의 조개탕집에서 젊은이들에 둘러싸인 그를 만났다. 이 자리는 한대수의 음반을 공동 작업한 복숭아 프로젝트의 이병훈, 코러스로 참여한 그룹 밀크 출신 배유미, 음반 재킷 디자이너 등이 모여 자축 파티를 벌이는 현장. 맥주잔을 들고 "선생님 축하드립니다"라며 건배했다. 창작의 완성품을 일일이 건네는 한대수의 눈엔 생동감이 넘쳤다.

"음악의 주제, 멜로디가 전반적으로 음침하고 어두웠다"고 평하자 한대수는 "내가 어두우니까.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할아버지니까. 난 '론리(lonely)'한 사람이니까…"라며 껄껄 웃음을 털어냈다.

한대수의 음반을 보면 백사장에 누운 알몸의 여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재킷을 장식한 그의 러시아 출신 부인 옥사나 알페로바(Oxana Alferovaㆍ36)다.

"원래 다른 모델을 쓰려했는데 여성 부모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누드 아트가 우리나라에선 저속하게 변질됐으니까. 그래서 아내가 나섰죠. 외국인이어서 노출에 대한 부담도 안 가졌어요. 2개월 전 속초에서 촬영했는데 우린 팀워크가 잘 맞았죠."

사진 중엔 옥사나가 두 팔을 벌려 철조망을 알몸으로 감싸안은 모습도 있다. '전쟁을 이기는 방법은 여체'란 그의 독특한 해석이 각주(脚註)처럼 붙는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하늘의 선물이에요. 아름다움은 전쟁보다 강하죠. 전쟁을 막는 길은 누드입니다. 이 사진은 아름다운 여체가 38선을 무너뜨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아름다움 밑에선 독재자도 무릎을 꿇잖아요."

자연스레 미국의 이라크 침공, 북한의 핵실험 등 어지러워진 세상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그는 조지 부시에 대해 눈을 부릅뜨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리더는 세계가 화평하고 양호하게 건설적으로 가길 원합니다. 조지 부시도 그걸 바랄 겁니다. 힘으론 절대 평화가 올 수 없으니까요. 전제는 이해심, 타 종교ㆍ타 사상에 대한 존경ㆍ포용ㆍ찬양이 필요하죠. 8년간 미국의 이미지를 망친 사람이 조지 부시입니다. 그가 잔인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그는 미국의 역적입니다. 보복 전쟁은 2대, 3대까지 갑니다."

그의 음반엔 이상적인 지도자를 노래한 '대통령'이란 노래가 있다.

"친한 형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대수 씨는 가수 하지 말고 대통령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가상으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하고 생각하니 멜로디와 가사가 떠올랐어요."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난 지극히 사랑할 거야/국민들은 양호하게 잘살고/여자들은 기뻐서 웃을 거야~/조지 부시 같은 폭군 안돼요/김정일 선생 여기 앉아요/우리 같이 소주 한잔 합시다~/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돈 한푼 안 받고 일할 거야/일본 가서 도모도모 잘하고 중국 가서 니 하오 할 거야~.'

그에게 지금의 노무현 정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 어떤 질문에도 명쾌하고 친절하게 답해주던 한대수는 "말하고 싶지 않다. 노 코멘트"라며 웃었다. 대신 차기 대통령이 가져야 할 덕목을 얘기했다.

"차기 대통령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 돼야 해요. 영어도 잘하고 세계에 대한 관심도 있어야 하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해요. 두번째로 희생 정신이 필요하죠.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은 안돼요. 간디ㆍ케네디ㆍ링컨은 이상적인 대통령이죠. '미국은 국민이 바보지만 리더십은 똑똑하다'고 한 학자가 얘기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인 것 같아요. 껄껄."

한대수는 지도자도 사람인지라 세상에 폭군이 등장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말 잇기를 하듯, 다음 화두는 '욕망'에 도달했다. 그는 짐승적인 욕망은 '식욕과 성욕', 인간적인 욕망은 '명예ㆍ물질ㆍ권력욕'이라고 했다. 음반 인트로 트랙인 '욕망'은 개가 미친 듯이 짖는 가운데 톤 높은 여자의 도도한 웃음 소리가 오버랩되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는 남자를 뜻한다.

"58살 할아버지가 아침에 일어나서 '산다는 게 뭐냐'는 생각을 했죠. 인간은 욕망을 채우려다 죽어요. 난 성욕이 강한데(웃음). 요즘 궁극적으로 필요한 욕망은 솔직히 물질욕입니다. 어느 정도 음반이 팔려야 다음 음반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창작에도 화폐가 필요하단 현실이 서글프네요."

가슴 속에 켜켜이 담았던 얘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서일까. 음반 속 그의 거친 음색은 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통하는 재주가 있다. 시인 에드가 앨런 포를 위한 노래 '바다의 왕국', 올해 초 모스크바에서 만난 노점상 할머니의 처량함을 담은 '바부시카', 정신병 환자가 병원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더 미쳐 있다는 내용을 담은 '지렁이' 등 곡의 주인공은 모두 그처럼 고독한 이들이다.

"에드가 앨런 포는 저만큼 고독한 사람입니다. 괴로울 때 에드가 앨런 포의 시를 읽고 베토벤ㆍ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았어요. 그들이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며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냈듯 그때 저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대수는 이 음악을 들고 공연에 매진할 생각이다. 국내 공연은 물론 미국 LAㆍ뉴욕, 일본 도쿄ㆍ오사카ㆍ후쿠오카 등의 해외 공연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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