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갑 씨와 손잡고 새 음반… 8월15일 일본서 교포 위한 단독 공연 펼쳐

"'어머나'를 부른 장윤정이 있지만 아직도 트로트 분야로 진입하는 후배 가수가 부족해요. 양적으로 많아진 후 질적으로도 실력을 갖춘 후배들이 나와야 해요. 성인가요계에서 선배가 후배를 양성하는 풍토가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아쉽네요."

국내 성인가요계에서 여자 가수로 20여년간 활동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 바로 주현미(45)다. 아마추어 시절인 1981년 강변가요제에서 수상했지만 그의 프로 데뷔는 84년 트로트 메들리 음반에 참여한 '쌍쌍파티' 때. 그러나 진정한 데뷔곡은 85년 1집 타이틀곡인 '비 내리는 영동교'다.

주현미가 3년 만에 17번째 음반인 '어허라 사랑'을 이달 말 발표한다. 작곡가 김희갑 씨와 소설가이자 작사가인 양인자 씨 부부가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음반에 담긴 총 일곱 트랙 중 '어허라 사랑' '달아 달아' '사랑이 무량하오' '정 주고 내가 우네' 등 네 곡이 김 씨 부부의 곡으로 채워졌고 세 트랙은 반주용 음악이다.

이중 '사랑이 무랑하오'는 주현미와 팝페라 가수 캐빈 육의 듀엣곡으로 캐빈 육의 음반에 실렸던 노래. '정 주고 내가 우네'는 가수 김훈이 불렀던 김희갑 씨의 곡을 리메이크 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가요무대' 녹화중인 주현미를 만났다. 따뜻한 미소, 사근사근한 말투,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변함이 없다. 88년 음악가인 임동신 씨와 결혼한 그는 지금 중학교 3학년 아들(임준혁)과 중학교 1학년 딸(임수연)을 둔 학부모가 돼 있었다.

"캐빈 육과 듀엣곡 작업을 하면서 김 선생님 부부와 인연을 맺었어요. 전통 장르를 쓰시는 분들이 아니지만 욕심이 나서 부탁을 드렸죠. 기존 발표 곡보다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곡들이에요."

주현미는 그간 음반 프로듀서를 맡은 남편을 비롯해 도움을 준 분들이 있었기에 20여년간 음악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못해주는 게 많아요. 해외, 지방 공연 때문에 며칠씩 비우고 방송 녹화를 밤 늦게까지 해야 하니. 아들이 학교 간부가 됐는데 그런 경우 엄마들이 열심히 챙겨줘야 하잖아요. 그런 걸 못해줘서 미안하고 마음에 걸려요."

아이들은 엄마가 유명한 가수인지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언젠가 딸이 '선생님이 너희 엄마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고 있느냐'고 간접적으로 말하더군요. 애들은 집에서 엄마의 모습만 봐서 전혀 실감하지 못해요."(웃음)

아이들 덕분에 요즘 신세대 후배 가수들의 곡도 많이 알 것 같다. "수연이는 요즘 노래를 많이 듣지만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아요. '구두'('여자 SG워너비'로 불리는 여성 3인조 그룹 '씨야'의 노래)라는 곡의 후렴구가 좋다며 반복해서 듣더군요."(그는 이 노래의 후렴구를 살짝 불러 보였다)

주현미는 데뷔 당시 중앙대학교 약학과 출신으로 당시 엘리트 가수로도 화제가 됐다. 약사로서의 미련은 없을까. "약사를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다시 할 용기는 없어요. 지금은 아이들 열나고 아프면 응급처치 해주면서 여느 주부처럼 살죠. 엄마라면 다 알게 되는 상식 말이에요."(웃음)

변함없는 목소리, 미소의 비결도 궁금했다. 그는 매순간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상받았을 때, 결혼했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 매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며 고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20여년간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았으니 계은숙, 김연자 등 일본에서 활동중인 성인 가수처럼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는 단호하게 "욕심이 없다"고 했다.

"그간 일본, 중국에서 제의가 많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한국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전통 가요로 평생 노래하고 싶거든요. 8월15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 교포를 위한 단독 공연을 펼쳐요. 한국 정서를 담은 노래들로 이들의 고국에 대한 향수를 채워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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