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즈'로 돌아온 유리·채리나, 10년전 약속 결실… 중순부터 활동
카리스마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우리들의 슬픈사랑얘기 담았어요"

“10년 전 약속,이제야 지켰죠.”

‘그녀들’은 시원시원했다. 한 눈에 척 봐도 10년간 변함없이 우정을 가꾸고 약속을 지킨 ‘의리파’라는 게 짐작됐다. 지난해 해체한 그룹 쿨 출신의 유리와 그룹 룰라와 디바에서 활동했던 채리나가 바로 그들이다.

‘극도로’ 친했던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한 번 뭉치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약속을 드디어 지켜냈다. 프로젝트 그룹 걸프렌즈를 결성하고 이달 중순부터 활동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 같은 남자 바라보다 친해졌죠

올해 서른살인 유리가 채리나보다 한 살 많지만, 가수 데뷔로는 채리나가 조금 앞선다. 채리나가 1995년 룰라 2집 ‘날개 잃은 천사’로 가요계에 먼저 얼굴을 내밀었고,유리가 1996년 쿨 2집 ‘Love is…waiting’으로 데뷔했다.

▲ 채리나(좌), 유리
채리나는 “언니가 없어 제가 유리 언니를 많이 따라요. 제 생애 언니는 유리 언니 단 한명이죠. 그런 의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킬 거에요”라고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유리와 채리나가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서로 안면은 있었지만 오해가 있어 사이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

“어느날 같이 공연을 마치고 차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오해가 풀어졌어요. 우리가 서로 험담하는 것처럼 중간에 이간질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그 말만 믿고 미워 했던 거죠. 희한하게 짝사랑한 남자 연예인이 같은 사람이라 함께 ‘그 사람 멋있지’라고 이야기하면서 ‘극도로’ 친해졌죠.”

# 쿨 해체 후 가수 안 하려고 했죠

유리와 채리나가 구체적으로 프로젝트 그룹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5년여전부터다.

솔로 여가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계적인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릴킴,마야,핑크가 함께 영화 ‘물랑루즈’의 주제가 ‘레이디 마말레이드’를 불렀듯 “우리나라 여가수들도 뭉쳐보자”는 결의를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 그러나 각자 그룹 활동을 하던 중이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쿨이 해체되면서 채리나가 유리를 설득했다.

“사실 쿨 해체 이후에 이쪽 일을 아예 안 하려고 했었어요. 해체 이후 솔로 제의도 많이 받았고,그 중에는 발라드 가수로 이미지 변신을 해보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전혀 마음이 가지 않았죠. 쿨 없는 나는 가수가 아닌 것 같았고요. 하지만 옆에서 리나나 쿨의 이재훈 오빠, 백지영 이지혜 김이지 등 친구들이 많이 격려해줬어요.”

유리는 10년간 늘 남자들과 활동했던 터라 여자들끼리 같이 가수 활동을 하는 점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팀의 막내에서 맏이가 되면서 이전보다 꼼꼼히 챙기는 버릇도 생겼다. 막상 마음을 먹고 녹음에 들어가자 욕심이 발동해 주위에서 “앨범 10장 내냐?”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

# 우리의 사랑과 경험을 가사에 담았어요

걸프렌즈의 음악은 70% 정도가 힙합이다. 레게 R&B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도 담았다.

유리가 처음으로 랩에 도전하기도 했고, 백지영(‘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과 쿨 출신의 이재훈과 김건모(‘남자 하나 여자 둘’)은 녹음실에 놀러왔다 피처링에 참여했다. 업타운 sg워너비 이정 먼데이키즈 후니훈 에스더 등 선후배 가수들이 피처링에 참여해 걸프렌즈의 폭넓은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유리 언니가 쿨 해체 후 처음으로 녹음한 곡이 ‘남자 하나 여자 둘’인데 좀 울먹거리더라구요. 귀가 닳도록 재훈 오빠 목소리를 듣다 오랜만에 들으니까 감회가 새로왔나봐요. 재훈 오빠가 피처링하면서 우리한테 술을 사라고 했는데 안 샀더니 재훈 오빠가 오히려 밥을 사 주시던데요.”

채리나가 쿨 해체 후 유리의 마음 고생을 설명하며 짐짓 호탕하게 웃었다. 평소 유리가 좋아하던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외에도 채리나가 좋아하던 ‘All for you’ 등 쿨의 노래 두 곡을 리메이크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해 신곡 ‘입술만 깨물죠’도 같이 작사했다.

“여자들이 겪을 만한 사랑 이야기에요.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걸리지 않은 전화기를 들고 혼자서 말하다 눈물을 흘린 경험을 담았어요. 눈물을 참으면서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그 심정, 여자라면 아실 거에요.”

걸프렌즈는 “쿨과 디바의 느낌이 녹아 있지만,카리스마 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버릴 곡이 한 곡도 없어서 아직 타이틀곡도 못 정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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