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앨범‘패닉 04’로 7년만에 인사
'삐딱이 정신' 그대로…내년 2월 단독 콘서트

“ ‘숙성’이라고 해 주세요.”

김진표가 쑥스러워 하며 이렇게 말했고, 이적은 “김치도 아니고 무슨 ‘숙성’이냐”며 크게 웃었다. 김진표는 ‘성숙’이라는 표현은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7년만에 다시 뭉친 듀오 패닉이 그 시간의 나이테 만큼 단단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삐딱이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한결 따뜻해졌다. 김진표 표현대로 각자 ‘딴 짓’을 하며 보낸 시간도 패닉 특유의 팔팔한 정신에 삶의 더께를 내려 앉게 하지는 못했다.

#인사치레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이적은 최근 4집 ‘패닉 04’를 발표한 후 뜨거운 반응에 얼떨떨하기만 하다. 그동안 숱하게 들어온 ‘패닉 언제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의례 하는 말로만 알았다. 이적은 “오랜 팬들이 반가와 하는 모습이나 쇼케이스에서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고 감회에 젖는 모습을 보니 ‘패닉을 기다린다’는 말이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죠”라고 기뻐했다.

패닉의 4집은 패닉의 데뷔(95년) 꼭 10년째의 마지막 달 나왔다. 지난 98년 3집을 마무리하며 “각자 활동해보자”고 한 것이 퍽 길어졌다. 이적은 긱스 카니발 등으로,김진표는 노바소닉으로 그룹 활동을 했고 각자 솔로 활동을 통해 음악성을 지닌 뮤지션으로 우뚝 섰다. 각자 색깔이 강해서 다시 패닉으로 섞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낳았다. 그러나 ‘천만에’ 였다. 패닉은 여전했다. 아니,오히려 더 깊어졌다. 두 사람의 호흡도,음악도.

이적은 “각자 밴드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작업을 했던 덕분인지 이전보다 호흡이 더 잘 맞아요”라고 했고, 김진표는 “(이)적이형은 예전에는 ‘냉철한’ ‘차가운’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렸는데 지금은 ‘따뜻한’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요”라고 평가했다.

# ‘삐딱이 정신’부터 ‘말랑말랑한 사랑’까지 담았죠

패닉 4집에는 패닉의 대표곡인 ‘왼손잡이’ ‘달팽이’ 등 소수를 대변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삐딱이 정신’이 그대로 살아있다. ‘길을 내’ ‘뭐라고?’ ‘정류장’ 등이 바로 그런 곡. 삶의 막막함,가식적인 충고에 대한 염증,분노와 희망을 함께 담아냈다. ‘눈 녹 듯’이나 ‘종이나비’처럼 사랑을 노래한 곡도 눈길을 끈다.

이적이 “대중음악에서 할 수 없는 음악”이라고 자부하는 뮤지컬 분위기의 ‘태풍’, 3집의 마지막곡 ‘미안해’의 전주와 4집 ‘정류장’에 삽입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현악 연주를 곁들인 인트로 ‘재회’, 웃음소리까지 그대로 스튜디오 분위기를 담은 ‘studio live 추방’은 패닉의 팬들에게 반가운 곡이다.

돈키호테의 늙은 말 이름이기도 한 타이틀곡 ‘로시난테’는 스패니시 기타와 플라멩고의 박수 소리가 이국적인 곡이다. “라만차의 풍차를 향해서 달라보자/언제고 떨쳐낼 수 없는 꿈이라면/쏟아지는 폭풍을 거슬러 달리자”는 가사와 이적의 시원한 보컬, 김진표의 나지막한 랩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 앨범은 이전처럼 이적이 곡과 가사를, 김진표가 랩을 쓰고 불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적과 긱스에서 활동했던 정재일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조미료 역할을 해 줬다는 것. 패닉은 내년 2월 단독 콘서트를 갖고 팬들을 직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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