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 '더 세컨드 라운드' 6개월 슬럼프 딛고 직접 프로듀싱…"선후배들 격려로 다시 시작"

[엔짱] 은지원 업그레이드된 '힙합전사'
4집 '더 세컨드 라운드' 6개월 슬럼프 딛고 직접 프로듀싱…"선후배들 격려로 다시 시작"

 • 힙합 '감초'-피처링 친구들의 힘!

어색함이 없어졌다. 아이들 스타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혼자만의 긴 터널을 지나왔기 때문일까.

은지원이 최근 발매한 4집 ‘더 세컨드 라운드(The 2nd Round)’에는 아이들스타였던 그룹 젝스키스 시절의 흔적이 거의 없다. 솔로로는 네번째, 힙합으로는 두 번째 앨범이다.

97년 젝스키스로 데뷔한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녹음 중 앨범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음악이 아니라, 스스로 프로듀싱을 맡아 힙합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6개월의 슬럼프를 견뎌내고 2년 만에 발표한 앨범은, 그래서인지 힙합 수작으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건, 데뷔 후 처음이었죠

은지원은 지난해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를 끝내고 6개월간 슬럼프를 겪었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음악 때문이었다. 앨범을 준비하는데, 자신만의 색깔이 없어 보였다.

“나는 뭔가 싶었고, 자꾸만 나도 모르게 선배들의 영향을 받는 게 힘들었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극장 무대인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고 지내기도 했다. 데뷔 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심각했다. ‘아이들스타였다면 절대로 겪지 않았을 것 같은 슬럼프’였다.

그러나 이를 견뎌낸 힘은 드렁크타이거 다이나믹듀오 바비킴 리쌍 스모키제이 양동근 더블케이 등 선후배 힙합 가수들이었다.

“형들이 제게 색깔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러 가지 색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라고 격려해 준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프로듀싱 뿐 아니라 ‘리로드(Reload)’ 작곡 및 편곡은 물론 6곡의 노래말을 썼다.

“특히 힙합은 멜로디의 아름다움보다는 노래말이 중요한 음악이라 이를 위해 나를 채우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깨달았아요.” 덕분에 스스로도 만족하는 앨범이 나왔다.

# 두번째 인생 같은 앨범이 더 세컨드 라운드랍니다

앨범 제목 ‘더 세컨드 라운드(The 2nd Round)’는 ‘힙합으로 두 번째 앨범’ ‘두 번째 인생’ ‘자연인 은지원과 가수 은지원’의 의미를 지닌다. 은지원이 “두 번째 인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만큼 그의 음악적 성장이나 랩 메이킹 실력이 늘었다.

타이틀곡 ‘올빼미(All Famy)’는 양동근의 프로듀서인 스모키제이가 쓴 곡. 랩 메이킹은 은지원이 맡았다. 올빼미 울음 소리 같은 샘플은 양동근이 녹음실에서 즉흥적으로 손으로 불어 만든 것.

“살기 힘든 시기라도 주말에는 모든 것을 잊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지내자는 내용의 노래예요.”

이번 앨범은 타이픈(Typoon) 자킴(JAKIM), 운킴, 유시타투,형민우 등 친구들이 앨범 재킷 디자인 및 로고 디자인, 문신까지 도맡았다. 외부의 손길은 없었던 셈이다.

# 힙합,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

은지원은 가수 데뷔 시절부터 랩을 좋아해 음악에 발을 들여놨지만, 아이들스타 출신이라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 이제는 힙합 가수들과 마니아들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그 부담에 대해 노래를 통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타이거제이케이(Tiger JK)와 함께 작사한 ‘에이톤 트럭(8t. Truck)’에서 ‘젝키의 랩(Rap)을맡던/은지원입니다/아이돌은 힙합HipHop의 금지선입니까?/랩(Rap)으로 정중히 인사할랍니다’고 도전장을 내미는가 하면, 최자가 작사한 ‘원(One)’에서 ‘은지원도 랩(Rap)하냐고/그 누가 뭐래도 끝까지 랩한다고…그래도 포기 못해/나는 계속 갈래/끝장을 볼래/난 내 멋대로 할래’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2년여 간의 공백 동안 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심판받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손을 흔드는데 아무도 호응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은지원은 “이 벽을 꼭 넘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제는 어떤 무대도 자신있어요.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힙합을 할래요.”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기자



입력시간 : 2005-02-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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