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감독. ⓒKBL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상민 감독(50)이 서울 삼성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2월 트레이드로 김시래를 영입하며 비상을 꿈꾸던 이상민 감독은 두 번의 음주운전 사건과 함께 추락했다.

삼성은 26일 "이상민 감독이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부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감독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로써 이상민 감독은 2014년 4월 이후 약 8년만에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2016~17시즌 이후 봄농구에 초대받지 못한 삼성은 지난해 2월 슈터 이관희와 외국인 선수 케네디 믹스를 내주고 포인트가드 김시래, 외국인 선수 테리코 화이트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0~21시즌이 종료된 후, 빅맨 김준일까지 내주는 대형 트레이드였다.

레전드 포인트가드 출신인 이상민 감독이 큰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팀의 공격을 조율하고 양질의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김시래를 품으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슈터 이관희가 빠진 자리에는 뛰어난 스피드와 운동능력, 잠재력을 보유한 김진영을 중용할 계획이었다. 지공에서는 김시래와 아이제아 힉스의 투맨게임, 빠른 속공에서는 김시래와 김진영의 스피드를 활용해 6강, 그 이상을 꿈꿨다.

그런데, 팀에 스피드를 제공해줄 것으로 예상됐던 김진영은 지난해 4월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이상민 감독의 리빌딩 구상이 처음으로 어그러지는 순간이었다. 김진영은 이와 관련해 KBL로부터 27경기, 구단 별도로 5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상민 감독의 삼성은 김시래의 부상까지 겹치며 2020~21시즌 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절치부심한 이상민 감독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1순위를 얻었다. 이어 206cm의 장신 자원인 이원석을 뽑았다. 팀내 주전 센터 김준일의 이탈을 단숨에 메우는 선택이었다. 삼성은 시즌 초반 김시래와 힉스의 공격 조합 속에, 이원석까지 높이에서 힘을 보태 중위권 경쟁을 펼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김진영·천기범. ⓒKBL
그러나 이상민 감독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 초반 힉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면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번엔 군에서 제대한 천기범이 음주운전을 저지른 것이다.

이번엔 죄질도 더 나빴다. 천기범은 지난 19일 인천 중구 운서동 한 도로에서 술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직접 운전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아파트단지 앞 계단에 차가 걸터있는 황당한 상황이었고 천기범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3%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천기범은 은퇴를 결정했다. 이상민 감독 또한 성적 부진과 함께 또다시 팀에서 음주운전 사태가 겹치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해 2월 김시래를 품으며 도약을 꿈은지 1년이 채 안된 시기다.

이상민 감독. ⓒKBL
이상민 감독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레전드이다.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농구대잔치 최고 스타로 군림하며 '오빠부대'를 이끌었다. 프로에 와서는 '현대 왕조'를 만들며 '컴퓨터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삼성에 와서도 '가드왕국'의 버팀목으로 활약했고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올랐다.

이상민 감독은 이후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며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2016~17시즌 이후 4시즌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상민 감독의 지도력을 탓하기 이전에 팀 선수구성 자체가 약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결국 이상민 감독은 김시래를 얻으며 비상을 꿈꿨고 8시즌째 팀을 지휘해, 안준호 전 감독(2004~2005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378경기 203승 175패)의 기록을 뛰어넘어 '삼성 구단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삼성 구단 최장수 사령탑' 이상민 감독의 끝은 자진 사퇴였다. 선수단 관리 실패, 최하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말이다. 두 번에 음주운전 사건이 만든 초라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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