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중국배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김연경(34·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 4개 리그(한국·일본·터키·중국) 제패에 실패한 가운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무리에 나선다.

김연경이 이끄는 상하이는 3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중국 광둥성 장먼스포츠센터에서 2021~2022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CVL) 랴오닝 화쥔과의 3위 결정전(3전2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상하이는 장쑤 제니트 철강과의 지난 준결승전(3전2선승제)에서 1승 2패로 탈락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1차전을 세트스코어 1-3으로 내준 상하이는 2차전에서 기적을 만들며 희망을 이어갔다. 세트스코어 0-2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3~5세트를 내리 따낸 것.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어진 3차전을 셧아웃(0-3) 패배 당하며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김연경은 지난 준결승에서는 1차전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1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고, 결국 3세트 중반 상하이의 또다른 외국인 선수 조던 라슨과 교체됐다. 이어진 2,3차전에서는 왕즈텅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김연경은 벤치에서 상하이의 탈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공식 웨이보
이로써 김연경의 ‘4개 리그 우승’ 도전도 올 시즌에는 이룰 수 없게 됐다. 김연경은 한국, 일본, 터키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흥국생명 소속으로 V-리그 여자부 3회 우승(2005~2006, 2006~2007, 2008~2009), 일본 JT마블러스 소속으로 V.프리미어리그 우승(2010~2011), 페네르바체 소속으로 터키 리그 2회 우승(2014~2015, 2016~2017)이라는 업적을 쌓아왔다.

김연경은 지난 2017~2018시즌 상하이 소속으로 처음 중국 무대를 밟아 우승을 겨냥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톈진 보하이 은행을 만나 고개를 숙이며 준우승에 그친 후, 4년 만에 다시 상하이 유니폼을 입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림픽 MVP 듀오’ 라슨과 김연경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그 확률이 오르는 듯 했지만, 시즌 직전 중국배구협회가 외국인 선수 둘이 동시에 코트를 밟지 못하게 규정을 바꾼 것이 큰 걸림돌이 됐다. 결국 김연경의 도전은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연경의 시즌은 아직 남아있다. 이날부터 펼쳐지는 3,4위 결정전 랴오닝과의 일전을 통해 유종의 미를 수확하러 나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하이가 앞선다는 평가다. 이미 두 팀은 지난해 11월 27일 조별리그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상하이가 가볍게 3-0 셧아웃 승리를 가져갔다. 김연경은 그 경기에서 17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왕즈텅 감독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김연경을 꺼낼 것인지가 포인트다.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 공식 웨이보
왕즈텅 감독은 지난 준결승전서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에서도 라슨 카드를 고집했다. 라슨의 3차전 공격 성공률은 28%에 그쳤고, 득점도 세트를 거듭할수록 떨어졌지만(6→3→2점) 왕즈텅 감독은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공격 패턴 변화와 상대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수로 김연경 카드를 쓸 수 있었음에도 꿋꿋이 라슨을 투입한 것. 그러면서 왕즈텅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리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인 만큼 왕즈텅 감독이 이번에는 폭넓게 선수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의 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세터 쉬샤오팅을 비롯한 상하이의 젊은 피들이 준결승전에서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지만, 랴오닝을 상대로는 비교적 수월한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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