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글로벌 선점 본격화에 후방산업 시너지 기대…선수 인프라 개선은 과제

대표팀이 출전한 e스포츠 국제대회 전경. 사진=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e스포츠 전문 교육기관을 묻거나 진학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님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 오는 통에 정신이 없네요"

서울시내에 한 실업계 고교의 서무 담당 A씨는 방학을 앞둔 연말임에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에 하루가 짧다. 질문의 요지는 'e스포츠' 관련 진로 상담이다. 그는 "메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곤욕이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e스포츠 관련 학교와 학과 등에 대한 진학 문의가 평소와 다르게 크게 늘어난 건 최근 e스포츠가 대한체육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자녀가 게임에 빠져있어 이왕이면 e스포츠 관련 학과로 진로를 바꾸고 싶다는 게 골자다.

e스포츠가 공식적인 스포츠 반열에 오르자 교육 시장은 물론이고 시장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대한체육회 회원 단체로 지정되면서 e스포츠는 향후 공식적인 국가대표 선발 과정을 거쳐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며 정부 지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PC방 전유물서 체육회 입성까지…'우여곡절' 과정은

e스포츠가 대한체육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건 지난 2000년 21세기프로게임협회(현 한국e스포츠협회)가 첫 발을 내딛은지 21여년 만의 일이다. e스포츠(esports·Electronic Sports)는 비디오 게임 등 게임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스포츠를 통칭한다. 하지만 신체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체육의 개념상 '게임물'이란 근본적 모호함이 늘 논란거리였다.

사실 e스포츠의 대한체육회 정식종목 채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미 2014년 11개 시도 전국지회를 갖췄고 이듬해인 2015년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승인을 득했다. 하지만 같은 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상호 간의 이견으로 회원 종목에 대한 등급 분류가 바뀌었다.

이후 e스포츠계와 대한체육회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2016년 체육계 100년의 숙원 사업이던 통합체육회(대한체육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한국e스포츠협회는 '결격단체'로 지위가 변경됐다. 시·군·구 지부로 시·도지회를 구성하고 ‘전국에 9개 이상의 지회를 갖춰야한다’는 등의 변경된 개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2017년 11월엔 한국e스포츠협회의 운영 비리 수사로 잡음까지 발생하면서 대기업 회원사들의 협회 탈퇴 등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급기하 메이저급 국제대회 최초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정식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중개로 최소화해 치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지난 2018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이기홍 대한체육회장은 "e스포츠가 게임인가, 아님 스포츠인가"란 한 의원의 질문에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갈등의 골을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 박양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e스포츠를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종목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공식화 하면서 체육회 입성은 급물살을 타게됐다.

◇정식스포츠의 위상…세제혜택 등 법적 지원 틀 마련

e스포츠의 체육회 편입은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스포츠 종목의 범주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IT(정보통신)와 ICT(정보통신기술) 등 연관 업계 뿐만 아니라 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e스포츠 및 관련 분야의 진로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공인된 스포츠로의 지위를 얻게 된 게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팀 창단과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최근 e스포츠 진흥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이 e스포츠 게임단을 설립(신규 구단) 또는 운영(기존 구단) 할 경우 그 비용의 10%를 세금에서 공제 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한 준비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을 거쳐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상태지만 우리나라 e스포츠 선수들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정부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에 공을 들일 가능성도 크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e스포츠는 지난 2017년 10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6차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스포츠 종목으로 공식 인정됐다. 이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내년 아시안게임부터는 정식종목의 지위를 갖는다. 올해 초엔 IOC가 올림픽 사전 이벤트인 'Olympics Virtual Series'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긍정적 신호도 보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난달 국회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대표로 임오경, 장경태 의원 등 35명으로 구성된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발족 행사를 갖고 e스포츠를 미래 성장동력이 될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정의하고 e스포츠의 위상 제고와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방산업 시너지 기대…선수 인프라 개선은 과제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1643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액 약 108억2700만달러(한화 약 12조8360억원)중 e스포츠 관련 콘텐츠가 67%에 달할 만큼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 e스포츠가 문화콘텐츠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시가 건립을 추진중인 e스포츠 전용 경기장 투시도. 사진=성남시 제공
기대감을 높이는 건 후방산업 활성화다. 한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e스포츠 강국 중 하나다. e스포츠가 국제무대에서 더욱 견고한 글로벌 선점효과를 가져온다면 e스포츠와 관련된 제조, 유통, 시설, 서비스 등 유관 산업에 대한 시너지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추종호 남서울대학교 교수(스포츠비지니스학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와 기술력이 결합한 새로운 스포츠산업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며 "e스포츠는 남녀노소 누구나 시공을 초월해 즐길 수 있는 점에서 전통 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후방산업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1970~80년대 골프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세계 골프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한데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태극낭자'의 공이 컸다”며 "선수 실력으로 입증된 공신력이 세계 유일의 새 시장이자 수 조원 규모로 성장한 스크린골프와 같은 새로운 비지니스를 창출했듯이 e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이 경기장 시설과 영상 분석, 교육 서비스 등 유관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전문가 육성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2020년 국내 e스포츠 프로팀은 80여개에 달한다. 선수 평균 연령 21세에 평균 프로 경력은 3.5년의 480여명이 프로선수로 활동중이다. 20대 초반을 기준으로 역산해보면 중학교 시절부터는 육성 과정을 거친뒤 고교 재학시엔 프로생활을 시작한다는 얘기다. 부실한 교육 과정도 저해 요인이다. 전국 대학교중 e스포츠 관련 학과수는 10여개 남짓이다.

문제는 이들이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엔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10명중 7~8명은 프로생활의 정점인 20대 초중반 군대를 가야한다. 게다가 프로선수의 은퇴 시기도 빨라 '절 반' 이상이 30대 이전에 은퇴한다. 결국 선수 활동의 최절정기에 일반 사병으로 군에 입대해 경력 단절에 몰리고 재대후 4~5년 선수 생활을 유지한뒤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 종목 채택을 계기로 상무 e스포츠팀 창단과 우수선수 군면제, 연금 문제 등 선수 처우에 대한 제도 보완이 조속히 마련 되야 한다"며 "특히 조기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데 반해 은퇴 시기가 빠른 만큼 은퇴후 진로지원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의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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