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다사다난했던 전반기가 흘렀고, 앞으로 세 번의 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다.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는 지난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의 맞대결서 원정팀 한국도로공사의 승리를 끝으로 3라운드를 마쳤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겨울 스포츠 강자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여자배구다. 올림픽과 함께 제 7구단 페퍼저축은행의 합류로 여러 낙수효과를 충분히 누릴 준비가 돼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IBK기업은행발 ‘조송화 사태’로 인해 여자배구는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쳐가는 모양새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 계약해지를 공식 발표했고,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된 조송화를 찾는 팀은 없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IBK기업은행도 김호철 감독을 선임하며 안좋았던 기억을 딛고 서서히 일어나는 중이다. 이제 여자배구는 다시 배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3라운드가 끝난 여자배구 순위표. ⓒKOVO 공식 홈페이지 캡쳐
전반기 순위표를 살펴보면 양극화가 뚜렷했다.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는 현대건설은 강팀을 넘어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3강’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KGC인삼공사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그 밑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굵은 선이 존재한다. 그 선 아래에는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이 자리했다. 4위 KGC인삼공사(33점)와 5위 흥국생명(18점)의 승점 차이는 15점이나 난다.

극과 극으로 갈린 순위표지만 다가올 후반기에는 소위 ‘꿀잼’ 포인트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 모든 중심에는 ‘2~4위권 순위 다툼’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7개 구단 체제로 접어든 여자배구에도 남자배구와 같이 3,4위 준플레이오프(PO)가 도입됐기 때문에 재미는 배가 됐다. 3위와 4위의 승점차가 3점 이내면 준PO가 펼쳐지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아보이는 상황.

2~4위 순위 다툼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도로공사가 3라운드 최종전에서 구단 역사상 최다 기록인 10연승을 완성시키며 ‘3강’이 아닌 ‘1강2중’을 만들기 위해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에게도 시즌은 ‘절반밖에’가 아닌 ‘절반이나’ 남아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국도로공사. ⓒKOVO
▶ 돌고 돌아 핵심은 결국 상위권 내 맞대결

양극화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진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연승을 달리는 것이 ‘상수’가 돼버린 전반기다. 그런 만큼 순위를 가르는 순간은 바로 상위권 팀간 맞대결이 펼쳐질 때였다.

한국도로공사가 2위로 전반기를 마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에게 나란히 2승1패를 거두며 상대 우위를 점했다. 심지어 아무도 꺾지 못했던 현대건설을 3라운드서 풀세트 접전 끝에 꺾어내는 저력도 발휘했다. 정대영-배유나로 이어지는 '베테랑' 센터라인이 뿜어내는 높이에서의 포스가 강력하다. 한국도로공사는 세트당 2.73개의 팀 블로킹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트레블’에 빛나는 GS칼텍스는 상위권 맞대결 성적이 모두 열세다. 우승을 이끈 러츠와 이소영의 공백은 쉽게 메꿔지지 않는 법. 다만 모마를 중심으로 강소휘, 유서연이 신 삼각편대를 구축하며 후반기 반격할 힘을 남겨뒀다.

KGC인삼공사는 순항하던 중 찾아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주전 세터 염혜선이 왼손 중지 골절로 약 6주간 코트를 밟지 못한다. 이후 재활 및 경기력 회복까지 감안한다면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 염혜선 이탈 직후 하위권 흥국생명에게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급하게 지난 23일 대구시청으로부터 세터 김혜원을 영입한 이영택 감독이다. 주전 세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KGC인삼공사의 후반기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왼쪽부터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 ⓒKOVO
▶ 조금씩 안정 찾는 하위권… ‘상수’가 아닌 ‘변수’로 발돋움

3라운드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하위권 팀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양극화를 완전히 해소할 수준의 극적인 변화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각 팀이 가진 저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상위권 팀들로 하여금 ‘쉽지 않다’라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IBK기업은행이 있다. ‘컴퓨터 세터’ 김호철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고 있다. 김희진의 라이트 복귀 결단이 적중하며 공격력이 살아났고 김하경 세터가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팀 분위기가 올라오며 리베로 신연경의 디그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강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접전 끝에 2-3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흥국생명도 주포 캣벨을 중심으로 시즌 첫 3연승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타고 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쉽지 않은 첫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하지만 올해 1라운드 1,2순위 지명을 받은 특급 신인 듀오에게서 미래를 보고 있다. 2순위 박은서는 패기 넘치는 공격으로 신인왕 경쟁에 이름을 내밀고 있다. 1순위 세터 박사랑은 부상으로 인해 재활과 치료에 전념하다가 지난 25일 흥국생명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다음해 1월 중순이 되면 본격적으로 코트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 선수단. ⓒKOVO
따라서 전반기에는 당연히 이겨야하는 ‘상수’였던 하위권 팀들과의 만남이 이제 더이상 쉽지만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독보적인 선두 현대건설은 다소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2~4위권 세 팀은 쉽게 방심해서는 안되는 상황. 3,4위간 준PO까지 감안한다면 2위의 의미가 더 커진 올해 여자배구다.

다가올 후반기 상위권의 치열한 순위다툼 속 ‘고춧가루 부대’로 거듭날 팀이 어디가 될 것인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겨울 스포츠 강자로 떠오른 여자배구의 후반기가 곧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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