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의 이재도. ⓒKBL
[안양=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불과 몇 달 전까지 안양을 함께 지키던 이재도(30·창원 LG)가 이제는 가장 꺾기 어려운 상대가 돼 돌아왔다.

LG는 지난 2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안양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86-80 승리를 거뒀다.

쉽지 않은 승리였다. 한때 23점까지 점수가 벌어지며 쉽게 따낼 수 있는 경기로 보였지만 KGC의 후반 집중력이 매서웠다. 4쿼터에는 73-71, 두 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초반에 벌어둔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3연승을 완성시켰다. LG의 시즌 두 번째 3연승이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렀던 LG는 이제 없다. 180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중위권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리그 3위로 상위권 다툼을 펼치고 있는 KGC에 천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GC는 2라운드를 기점으로 LG만 만나면 힘을 못쓰고 있다.

리그 평균 득점 1위(86.6점)에 빛나는 KGC는 LG만 만나면 평균 78.33점까지 득점이 내려간다. 마찬가지로 1위를 달리는 3점슛 성공률(시즌 35.2%)도 LG를 상대로면 33.3%로 다소 떨어진다. 오히려 LG의 상대 3점슛 성공률이 40.74%로 KGC를 상회한다.

전성현(왼쪽)과 이재도. ⓒKBL
슛 감각의 사이클, 외국인 선수 상성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올 시즌 ‘LG 최고의 영입’으로 불리는 이재도의 존재다.

이날 이재도는 3점슛 2개 포함 22점을 몰아치며 팀 내 최고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어시스트도 6개를 뿌리며 1번 자리를 훌륭히 소화했다. 특히 1쿼터에는 장점인 속공을 적극 활용해 KGC를 압도했다. 1쿼터 LG가 속공으로 얻은 점수는 7점. 그중 4점이 이재도의 몫이었다. 이를 포함해 이재도는 홀로 10점(야투율 100%)을 책임졌다. 이관희(11점)와 함께 일찌감치 많은 점수를 벌어두며 팀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재도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GC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KGC는 지난 시즌 우승 멤버이자 주축 포인트가드 이재도를 떠나보내며 아쉬움을 삼켰다. 함께 안양을 지키던 이재도는 이제 KGC팬들에게 마치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돼 돌아왔다.

이재도가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 안양을 찾은 때는 두 팀의 2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 3일이었다. 당시 이재도는 경미한 발목통증이 있었음에도 경기에 출장했고 안양 팬들의 따뜻한 환대와 함께 코트를 밟았다. 지난 시즌 우승 반지를 전달받는 환영식도 덤이었다.

지난 3일 2라운드 KGC와 LG의 맞대결에서 지난 시즌 우승 반지를 전달받는 이재도(오른쪽). ⓒKBL
하지만 승부에는 ‘옛 정’이란 단어가 없었다. 이재도는 13득점 6어시스트 1스틸로 공수주에서 펄펄 날았다. 턴오버 하나 없이 깔끔한 리딩을 선보이며 득점마진 +14를 기록했다. 반면 이재도의 옛 동료이자 후배인 KGC의 포인트가드 변준형과 박지훈은 합산 득점마진 -28, 턴오버 4개로 고개를 숙였다. 둘의 득점을 다 합해도(12점) 이재도에 미치지 못했다.

2라운드 당시만 해도 이재도는 “사람이다 보니 몇개월 전까지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호흡했던 동료와 팬들이 있어서 신경쓰이고 부담됐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우승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내자마자 팀을 옮겼기에 마음의 짐이 남았을 터.

그러나 한 달 남짓이 흐른 이날의 이재도는 달랐다. 그는 “친정팀이라고 더 신경 쓴 부분은 없다”라며 “몸이 좀 무거웠는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해서 좋은 경기 펼쳤다”라고 담백하게 소감을 전했다.

KGC에서 함께 활동하던 이재도(왼쪽)와 김승기 감독. ⓒKBL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옛 소속팀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함께 손발을 맞췄던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이재도는 “KGC에 같이 있어봤지만 모두가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하다”라며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도는 “(문)성곤이의 경우 수비는 원래 잘했는데 공격에서도 무서운 선수가 됐다. 변준형도 지난 시즌 변준형이 아닌 느낌이다. 3번째 붙었는데 많이 무서워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경쟁자임에도 선배로서 후배를 아끼는 그의 마음이 드러난 부분.

KGC의 사령탑 김승기 감독도 “(이)재도가 우리 팀에 없었다면 지난 시즌 우승 못했을 것”이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은 이재도다. 그는 이제 KGC의 저승사자로 거듭나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이재도의 3번째 안양 방문은 다음해 1월 18일에 열리는 4라운드 LG와 KGC의 맞대결이다. 2번이나 연속으로 고개를 숙인 KGC가 설욕에 성공할 것인지 혹은 이재도가 ‘친정 킬러’의 모습을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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