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가 가려진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연맹 회의실에서 심석희에 대한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놓고 논의를 거친 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심석희를 둘러싼 의혹 중 가장 핵심인 고의충돌 의혹에 대해서는 징계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8일 연맹의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심석희의 고의충돌 의혹이 증거 부족으로 결론 내려졌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지난 2018년 2월 22일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23·성남시청)과 함께 넘어졌다. 당시 심석희는 오른손으로 최민정의 왼팔을 밀며 넘어졌다. 심석희는 페널티로 실격 처리 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려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넘어지는 최민정(왼쪽 첫 번째)과 심석희(왼쪽 두 번째). ⓒ연합뉴스
이후 지난 10월 심석희의 과거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심석희가 고의적인 충돌로 최민정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석희와 당시 국가대표팀의 한 코치는 메신저를 통해 2018년 2월 11일부터 16일까지 최민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브래드버리’, ‘여자 브래드버리’를 만들자는 내용을 주고받았다.

대화에 등장한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호주의 쇼트트랙 선수로다. 당시 선두 그룹에 한참 뒤처져 있었지만, 안현수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등 4명이 한데 엉켜 넘어지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한 쇼트트랙 선수다.

특히 심석희와 해당 코치는 경기가 열렸던 당일 밤에 ‘그래도 후련하겠다. 최고였어-ㅎㅎ’라고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이 내용은 해당 충돌이 우연이 아닌, 고의적으로 일어났음을 짐작케하는 결정적 증거로 여겨졌다.

지난 8일 양부남 연맹 부회장 겸 조사위원장은 "A선수(심석희)가 당시 오른손으로 C선수(최민정)의 왼팔을 밀었던 사실을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며 "전문가 의견에 따라 이는 고의에 의한 행동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행동이 최민정을 일부러 넘어뜨려 메달 획득을 방해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보호 차원에서 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고의로 민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레이스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행위를 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의충돌 의혹을 비롯해 라커룸 불법 도청 의혹,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및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승부조작 의혹은 모두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 회의 모습. ⓒ연합뉴스
따라서 21일 열릴 상벌위원회에서는 조사위원회가 인정한 심석희의 코치 욕설 및 비하 의혹에 대해서만 징계 논의가 이루어진다.

심석희는 발표되는 징계 수위에 따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자격정지 1개월 이하의 징계라면 심석희는 출전이 가능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의 각국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팀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이 다음해 1월 24일까지이기 때문. 대한체육회는 오는 1월 23일 연맹으로부터 엔트리를 받아 24일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격정지 2개월 이상의 징계라면 올림픽 출전은 힘들어진다. 이 경우 심석희 측은 상위기간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혹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차기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오는 1월 14일에 예정돼있다. 2개월 이상의 징계가 나온다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촉박해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진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심석희 측 관계자는 "빙상연맹 공정위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대응 방법을 고민중"이라며 "심석희는 여전히 올림픽 출전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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