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KOVO
[화성=스포츠한국 전성우 기자] 김호철(66) 신임 감독이 데뷔전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IBK기업은행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IBK기업은행은 18일 오후 4시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1~2022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홈경에서 세트스코어 0-3(23-25, 22-25, 27-29)으로 패했다.

이로써 3승 13패(승점 8점)을 기록, 리그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다. 4위 KGC인삼공사와는 승점 22점 차이다. 이미 포스트시즌은 물 건너갔다.

물론 IBK기업은행이 포스트시즌을 생각할 여유는 경기 전에도 없었다. 너무 큰 사건들이 시즌 초반 터졌기 때문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을 경질하고 김사니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 과정에서 서 전 감독의 폭언 여부를 둘러싼 진실 공방,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단 이탈 등 '폭탄'이 연거푸 터지며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김사니 코치가 별다른 해명 없이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IBK기업은행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 덕분에 거둔 여자배구의 인기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결국 상대 감독들로부터 악수 거부까지 당한 김사니 감독대행은 3경기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김호철 감독이 지난 8일 부임하고 이날 여자배구 데뷔전을 치렀다. 선수 시절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해 정상급 기량의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호철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많은 업적을 쌓았다.

이탈리아에서도 사령탑으로 활약했던 김호철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와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을 2005~2006, 2006~2007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남자 국가대표팀을 맡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적도 있다.

‘잔뼈’가 굵은 김호철 감독은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센터로 뛰던 김희진을 대표팀에서의 포지션인 라이트로 바꿨고 새 용병인 달리 산타나를 레프트에 배치했다. '명세터' 출신인 김 감독은 세터들에게 경기 직전까지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IBK기업은행의 훈련을 지휘한 것은 단 이틀. 팀의 무언가를 바꾸기엔 너무나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IBK기업은행의 이날 경기력은 최악이었다. 공격, 리시브, 블로킹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희망을 엿 볼 수 있었던 변화는 김희진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레프트 김희진. ⓒKOVO
김희진은 이날 홀로 팀의 17득점을 책임졌다. 블로킹도 6회를 기록하며 팀의 수비에도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김희진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간 듯한 모습이었다.

배구는 상대의 서브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받아야 경기 계획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스포츠다. 그런데 이날 IBK기업은행의 리시브 효율은 고작 18.84%에 불과했다.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공격도 시원찮았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양쪽 측면 오픈 공격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때 해결해 줄 이가 바로 외국인 선수다. 상대 블로커가 집중되거나 팀의 리시브와 토스가 불안하더라도 외국인 선수의 높이와 기량이 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타나는 몸이 덜 풀린듯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달리 산타나. ⓒKOVO
이날 데뷔전을 가진 ‘용병’ 산타나는 7득점에 그쳤고 리시브 효율은 6.67%에 불과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달리) 산타나가 개인 훈련을 했다는데 잘 모르겠다. 팀 훈련은 소화하지 못했다. 아직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면 멀었다”고 했다. 그러나 산타나는 이날 3세트에 전부 출전했다. 외국 선수들이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다른 팀 상황을 보면 산타나는 하루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날 상대한 흥국생명의 캣벨은 무려 29득점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의 부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김호철 감독 앞에 놓여있는 과제가 산더미다. 16경기를 치른 IBK기업은행은 현재 승점 8점으로 ‘꼴찌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승점 5점)과의 승점차가 단 ‘3’점이다.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은 IBK기업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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