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KOVO 제공
[장충=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흥국생명이 또다시 무너졌다. 하위권팀들은 3라운드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상위권 도약이 힘든 모양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사건부터 김사니 코치-조송화의 쿠데타까지 여자배구계가 자초한 결과다.

흥국생명은 지난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25-27, 25-27, 16-25)으로 졌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승점 9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이날 상대팀이었던 2위 GS칼텍스(승점 28점)와의 격차는 19점으로 벌어졌다. 4위 한국도로공사(23점)와의 승점 차는 14점이다. 3라운드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큰 격차다.

사실 흥국생명의 추락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결국 줄곧 유지하던 정규시즌 1위를 놓쳤고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무관에 그쳤다.

이다영·이재영. ⓒKOVO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아예 그리스 PAOK로 떠났다. 흥국생명은 졸지에 우승후보에서 리빌딩 버튼을 누른 팀으로 변신했다. 결국 13경기 동안 3승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지난 시즌 '맞수'였던 GS칼텍스에겐 셧아웃 패배만 3번을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추락한 곳은 또 있다. 김사니 코치-조송화의 쿠데타 사태가 터진 IBK기업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3인방이 건재한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봄배구에 진입할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시즌에도 끝까지 한국도로공사와 순위 경쟁을 펼치며 봄배구 티켓을 획득한 바 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서남원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불화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의 무단이탈로 팀은 쑥대밭이 됐다. 더불어 서남원 감독이 경질되고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조송화. ⓒKOVO
김사니 감독대행이 이후 스스로 물러났지만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2라운드까지 IBK기업은행의 승점은 5점, 순위는 6위에 불과하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추락은 V리그 여자부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올 시즌 야심차게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합류했는데 전력 부족으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까지 하위권으로 떨어지니, 상위권 4팀과 하위권 3팀이 1부리그와 2부리그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위부터 6위까지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한 남자부와 대조적이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로 호황기를 맞은 여자배구계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승강제가 없는 V리그에서 하위권팀들이 배구팬들을 끌어 모을 만한 요인은 전무하다. 오히려 상위권팀들에게 셧아웃 패배를 당하는 일이 빈번해 경기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올림픽 4강'이라는 기회를 핵폭탄급 사건 2개로 날리고 있는 V리그 여자부. 순위 양극화 속에 오늘도 여자배구팬들의 마음은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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