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자진 사퇴를 발표한 김사니 전 IBK기업은행 감독대행. ⓒ한국배구연맹(KOVO)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말해야 할 진실은 덮어두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사니(40) 전 감독대행이 이끌던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3-25, 20-25, 17-25)으로 완패했다.

일방적인 셧아웃 패배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사니 전 대행이 결국 자리를 내려놨다. 배구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업은행 내홍으로 인한 정신적인 부담감과 최근 이어진 타 팀 감독들의 ‘악수 거부’가 결심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와 상황에 대해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반성해야 할 것 같다”라며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구단에 사의를 표하겠다”라고 전하며 눈물지었다.

감독대행 뿐만 아니라 기존에 맡고 있던 코치직에서도 물러난다. 그는 구단과 사전에 상의가 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나의 독단적인 생각이고 내가 결정했다. 선수들도 모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내홍은 지난달 13일 발생한 세터 조송화의 항명과 무단이탈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김사니 당시 코치도 함께 숙소를 떠났음이 외부에 알려지며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업은행은 무단이탈한 조송화를 임의해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송화의 무단이탈과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으며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함께 경질했다.

물음표만 더해지는 상황에 기업은행은 불을 지폈다. 조송화와 함께 선수단을 무단이탈했던 김사니 코치가 서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 자리에 오르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가 이어진 것.

항명 및 무단이탈로 물의를 빚은 기업은행 세터 조송화. ⓒ스포츠코리아
김사니 전 대행은 지난달 23일 “서남원 전 감독에게 입에 담지 못할 모욕을 들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서 전 감독이 곧바로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하며 자신이 뱉었던 말들을 상세히 밝히며 답답한 심경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서 전 감독과 달리 ‘입에 담지 못할 모욕’을 들었다는 김사니 전 대행은 구체적인 상황을 밝혀야 할 때가 오자 갑작스레 침묵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라며 시즌 중임을 핑계로 본인 주장의 근거나 진실 공개에 대한 요구를 회피하기 바빴다.

그리고 이날 꺼내든 카드가 결국 ‘독단적’ 자진 사퇴였다. 팀과도 선수들과도 이야기가 되지 않은 채, 경기 전 갑작스레 언론 앞에서 자신의 뜻을 전했다. 3일 후인 오는 5일, 당장 3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기업은행은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지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 중요한 점은 자진사퇴로 포장된 침묵이라는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도 김 전 대행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이제 생각해보겠다"라며 “팬들에게 죄송한 부분들이 크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죄송하다”라는 공허한 말만 남겼다.

현 사태의 또 다른 중심인물 세터 조송화에 대해서는 “연락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자주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 것이냐는 질문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김사니 전 대행은 여전히 구체적인 정황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에 대해선 일언반구 이야기가 없었다. 과정이 생략된 독단적 자진 사퇴로 급한 불을 끄려는 모양새이지만 진실에 대한 책임에선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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